"음란물 게시는 실수"... '오징어 게임2' 트랜스젠더 맡은 박성훈 눈물 사과

입력
2025.01.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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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2 현주 역 박성훈 인터뷰 ]
"팀 전체에 송구스러운 마음 커" 눈물
트랜스젠더 '현주' 연기 땐 희화화 경계
"현주 통해 성소수자 편견 누그러지길"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조현주 역을 맡아 화제를 모은 배우 박성훈(39)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드라마 공개 나흘 후인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일본 음란물 영상 표지 이미지를 올렸다가 삭제해 논란이 됐다.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오징어 게임' 사랑받는 와중에..." 울컥

음란물 이미지 게시에 대해 박성훈은 “해당 사진을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에서 발견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오징어 게임2’) 담당자에게 사진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조작의 실수가 있었는지 어떻게 된 건지 저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스토리에 올라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작품과 캐릭터가 많은 관심, 사랑을 받는 와중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굉장히 속상하다. 팀 전체에 송구스러운 마음이 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박성훈의 소속사도 “DM 확인 과정에서 실수로 게재했다”며 두 차례 사과했다. 하지만 실제 인스타그램 사용법과 해명 내용이 다르다며 논란이 증폭됐다. 박성훈은 ‘음란물 이미지를 받은 DM 캡처본을 공개하면 의혹이 풀릴 것’이라는 질문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DM이 오고 지금 시간도 꽤 지난 상태여서 (해당 DM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목소리·제스처 주의해... 성소수자 희화화 경계

박성훈이 '오징어 게임2'에서 연기한 조현주는 성확정 수술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 연기하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킬 수 있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박성훈은 “(촬영 전부터) 황동혁 감독과 ‘절대 현주가 희화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며 “과도한 목소리 변조, 과장된 제스처 등을 가장 경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 배우 시절에도 여러 차례 성소수자를 연기했다.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을 무대에 올린 동명의 연극(2014)에서 맡았던 남자주인공 민수 역도 그중 하나다. 작품을 하기 전에는 그 역시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다. 박성훈은 “내 편협한 사고를 깨트리고 싶어서 (성소수자 배역에) 도전했다”며 “배역을 맡으며 그분들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공연을 보러 온 오랜 성소수자 친구에게 “그동안 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박성훈은 “현주가 주목받아 편견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지는 계기가 된다면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늘 따라다니는 '전재준'.."현주로도 불러달라"

박성훈은 드라마 ‘더 글로리’(2022)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 전재준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눈물의 여왕’(2024)에서 악역 윤은성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최근 ‘오징어 게임2’ 현주로 연기의 폭을 넓혔다. 그러나 그를 여전히 박성훈이 아닌 전재준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제 이름을 알면서도 일부러 저를 전재준이라고 부르며 놀리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재준이 저를 따라다녀요. 떼어내고 싶다거나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앞으로는 현주로 불러주는 사람들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남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