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야당 의원을 지낸 인사가 태국 수도 방콕 도심 한복판에서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림 킴야(73) 전 캄보디아 의원은 전날 밤 방콕 프라나콘 지역에서 오토바이를 탄 괴한의 총격을 받았다. 현장에서 그는 사망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이를 분석하며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캄보디아·프랑스 이중국적자인 림 전 의원은 프랑스인 부인과 캄보디아 시엠레아프를 출발해 7일 방콕에 도착했고, 버스에서 내린 직후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객이 많이 찾는 방콕의 대표 관광지 카오산로드 인근에서 총격 살인 사건이 벌어진 탓에 충격은 더 컸다.
림 전 의원은 2013년 총선에서 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 소속으로 당선됐다. 4년 뒤인 2017년 11월 선거에선 CNRP가 전체 의석 125석 중 55석을 얻으며 제1당에 올랐지만, 훈센 정권은 반역죄를 적용해 당을 강제 해산시켰다. 림 전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의 정치 활동도 금지됐다.
이에 야권과 인권단체들은 1985~2023년 총 38년간 장기 집권한 훈센 전 총리가 반대 세력 탄압을 위해 법을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많은 야권 정치인과 활동가가 구속되거나 해외 망명에 나섰다.
그러나 림 전 의원은 프랑스 시민권자임에도 “결코 정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캄보디아에 남아 반(反)정부 목소리를 내 왔고, 끝내 변을 당했다. 이 때문에 훈센 일가에 장악된 캄보디아 정부가 눈엣가시인 정적이 자국 땅을 벗어나자 발 빠르게 제거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캄보디아에선 현재 훈센 전 총리 장남 훈마넷이 대를 이어 총리직을 맡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AFP통신에 “림 전 의원 총격 사건은 정치적 암살의 모든 특징을 지녔다”며 “프랑스 정부는 자국 시민인 림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하고, 태국 정부가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