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애도 기간 내 지상파 3사 연말 시상식이 모두 방영을 포기했다. 각 방송사들은 시상식 녹화 편성을 택했고 이는 1월 중으로 모두 공개된다.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방송계가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한 해를 돌아보는 의미의 방송사 연말 시상식들이 나란히 쉼표를 찍고 지난 4일까지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2024 SBS 연예대상' 등을 비롯해 각기 방영되지 않은 시상식들은 설 연휴 등 새로운 편성을 잡고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2024 MBC 연기대상'의 경우 지난 5일에 전파를 탔다. 이 시상식에서 배우들은 모두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체적으로 국가적인 사고에 대한 추모에 방점을 찍은 분위기가 중심이었다. 'MBC 가요대제전'의 경우 일부 코너를 전면으로 수정하며 현시점의 분위기를 반영했다. MBC 측은 "녹화 방송은 애도 분위기를 반영해 부가 이벤트를 축소할 예정이며,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중심으로 최소화해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방송 일정은 미정이다. '2024 KBS 연기대상'은 당초 지난해 12월 31일 생중계 편성이었으나 오는 11일로 연기했다.
업계에 따르면 방송사들은 녹화 진행 자체를 두고 긴 고심에 잠겼다. 코로나19 시국 속에서도 시상식을 강행했던 만큼 유구한 전통을 쉬이 놓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시상식 진행을 외주 제작진이 담당하는 만큼 금전적 이해관계 등이 이들의 속사정이다. 이례적으로 시상식이 해를 넘겨 편성되는 상황 속에서 각 방송사들은 고심 끝에 나란히 1월 편성을 택했다. 일부 방송사는 녹화를 포기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방식을 최종 방안으로 올리기도 했으나 결국 녹화 편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시상식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짚었다. 관계자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 "당연히 취소할 수 없다. 준비한 과정이 있다. 완전히 취소하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광고 등 금전적인 이유도 있지만 행사에 투입된 스태프들만 해도 대규모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연기를 하더라도 방영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진행 자체는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그러나 여론이라는 큰 장벽도 있다. 아직까지 사회적 분위기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예인들의 축하 무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녹화가 진행된 시상식의 경우 스포일러의 문제도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31일 '2024 KBS 연기대상' 녹화가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방청객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며 대상 등 수상한 배우들의 이름이 공개됐다. 여기에 김정현의 수상소감까지 세간에 알려지며 편집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수상을 축하하는 시상식의 본질이 희미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상황이다.
그간 방송사 시상식들은 이른바 '나눠 먹기 시상' 등으로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무분별하게 늘어난 상들과 공동 대상 등이 등장하면서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시상식의 존폐 위기가 다시금 대두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