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불안하다. 한 시간에 한 번씩 뉴스를 검색한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시작된 ‘내란 불안증’을 온 국민이 겪고 있다. 왜 우리는 불안할까. 이번 내란 사태가 우리 정치 공동체의 평화와 자신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상을 뜬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침팬지 폴리틱스’를 꺼내 읽었다. 1982년 처음 나온 이 책에서 드발은 네덜란드 동물원의 침팬지 집단 구성원들의 세력 간 연합과 균형, 지지 확보와 권모술수 등을 관찰해 정치적 역학 관계를 기록했다. 그가 말하려는 바는 종을 가로지르는 ‘정치 행위의 보편성’이었다. 침팬지, 사자, 코끼리, 돌고래처럼 사회를 이루는 동물이라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동물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정치’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격변기를 통과하고 있다. 헌법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정치 행위자들의 경쟁과 갈등에서 정치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것들로 정해 놓은 시스템과 규칙이다. 드발이 관찰한 침팬지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그들 또한 정치적 연합과 이합집산, 지지 확보를 통해 지배하지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거나 새끼를 해치지 않는 등의 규칙을 지킨다.
그런데 ‘니키’라는 젊고 힘센 침팬지가 문제였다. 정치적 경험이 없어 일단 돌진하는 니키는 “서서히 집단의 구조를 붕괴시키는” 문제의 리더였다. 다른 이들을 위협하고 자신을 과시하는 니키가 없었다면, 침팬지들은 “좀 더 안정된 집단 내에서 아주 평화롭게 지냈을 것”이라고 드발은 말한다.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장악한 니키는 광범위한 존경을 받지 못했다. 나이 많은 ‘이에룬’과 연합하여 정적을 물어뜯고 고환까지 잘라 죽이는 패륜을 저질렀다. 그 진영의 암컷 ‘파위스트’가 분에 차 맹렬히 공격할 정도로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 니키는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이에룬은 다른 수컷과 연합하여 니키를 공격했고, 도망가던 니키는 얼어붙은 호수에 빠져 죽었다.
지도자는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집단 구성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무능하거나 질서를 어기는 악당이 되면 결국 쫓겨나고 만다. 니키는 경험이 없었다. 힘을 맹목적으로 숭상했다. 관용과 포용 없이 천박하게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드러냈다.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존경을 확장하는 것이다.
전횡을 휘두르던 니키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성난 침팬지에 나무 위로 쫓겨난 적이 있었다. 그때 무리의 할머니 격인 여장부 ‘마마’가 나무 위에 올라가 니키를 부드럽게 데리고 내려왔다. 지난 2년 반 동안 윤 대통령에게는 마마 같은 존재가 없었던 것 아닐까. 다들 최고 권력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를 받아먹으려고만 했지, 정치 초보에게 직언하여 가르치고 그를 연착륙시키는 데 관심이 없었다. 더 불행한 것은 그가 한남동에 굴을 파고 경호처를 앞세워 농성전을 벌이는 지금도 정부, 여당에 책임감 가진 이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대체, 이 불안은 언제 끝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