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병사가 무슨 죄… 경찰 "경호처, 尹 영장집행때 1차 저지선부터 동원"

입력
2025.01.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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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증 영상·참고인 조사 등 토대로 확인
1차 저지선부터 수방사 55경비단 동원
33군사경찰 병사들은 3차 저지선 동원
"경호처 2차 집행 또 막으면 체포 검토"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한 병사들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당시 최전선 격인 1차 저지선부터 동원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경찰 조사가 맞다면 대통령경호처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형사처벌 위험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으로 일반 병사들을 내몬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2·3 불법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은 6일 긴급브리핑을 열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가 체포 저지선 구축에 경호부대 일반 병사를 동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수본 특수단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지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에 가로막혀 5시간 30분 만에 철수했다. 당시 수백 명의 인력이 '인간벽(여럿이 팔을 꽉 끼고 뭉치는 행위)'을 구축해 관저 진입을 막았는데 이 중 일부가 일반 병사란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경호처는 관저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사들을 배치했지만, 영장을 집행하러 온 공조본과 충돌이 생길 수 있어 후방 근무로 전환됐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채증한 영상 분석과 참고인 조사 등을 토대로 인간 벽에 실제 일반 병사들이 포함됐다고 보고 있다. 동원된 군 부대를 묻자 경찰은 "관저 인근에서 근무하는 부대 두 곳이 맞다"고 했다.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를 맡는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를 지칭한 것이다. 33경호대는 관저 건물 200m 거리에 차량과 인간벽을 친 대통령경호처의 3차 저지선에 55경비단과 함께 동원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55경비단은 300~400명, 33군사경찰경호대는 150명 규모로 알려졌다. 다만, 이 중 몇 명의 일반 병사가 체포 저지에 투입된 건지에 대해 경찰은 "인원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당시 병사들은 계급장 없이 모두 검정색 패딩과 모자,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등 복장을 통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은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 등 경호처 직원 총 4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박 처장과 김 차장에겐 체포영장 집행 시도 다음 날인 4일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들이 응하지 않자 각각 7일과 8일 다시 나오라고 했다.

아울러 경찰 특수단은 향후 체포영장 2차 집행 시 경호처 직원들이 재차 저지에 나선다면 이들을 체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집행을 막아서는 경호처 직원을 현행범으로 적극 체포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특수단 관계자는 "말씀하신 취지대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형사기동대나 경찰특공대 등 투입 가능성에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며 여지를 뒀다.

김태연 기자
강지수 기자
구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