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가톨릭대 등이 참여하는 공동 연구진이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로 필로폰 중독환자 치료에 나선다. 강박장애 치료에 효과를 본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이 마약중독 치료에도 도움이 될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6일 고대안암병원에 따르면, 장진우 신경외과 교수와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장,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필로폰 중독환자에게서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을 진행, 치료 효과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은 초음파를 쏴서 뇌 안의 비정상인 조직을 없애거나 뇌의 변화를 유발해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머리를 여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고, 수술에 따른 출혈‧감염 부작용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장 교수는 2013~2014년 강박장애를 진단받은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 기법을 이용한 양측 뇌 전피막절제술을 시행한 뒤 이들 중 10명을 10년 이상 관찰한 결과, 7명의 증상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그중 2명은 증상이 사라진 완전 관해 상태였다.
강박 질환은 강박적 사고와 강박 행동이 특징인 정신질환이다. 가스불이 켜져 있어 화재가 날 것 같은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게 강박적 사고이고, 이에 따른 불안을 없애고자 반복적으로 가스불을 확인하는 게 강박 행동이다.
장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집적 초음파로 마약 중독환자의 뇌를 보다 안전하게 조절해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다중 약물 중독환자에 대한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의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마약 중독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와 행동치료, 상담 등이 있다. 그러나 약물 치료의 경우 치료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기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독성이 높은 만큼 마약중독환자의 개인 의지에 기대 치료를 계속하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장 교수는 “마약 중독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마약 중독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때 ‘마약 청정국’이었던 한국은 2016년 해당 지위를 상실했다. 마약사범 규모는 해마다 늘어 2023년(2만7,611명)엔 처음으로 2만 명을 넘기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1만8,395명)보다 약 50% 급증한 수치다. 연령별로는 10대 마약사범(1,477명)이 약 207%, 20대 마약사범(8,368명)이 약 44% 늘었다. 마약류 압수량도 같은 기간 804.5㎏에서 998㎏으로 약 24%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