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가 등장하는 드라마, 영화들이 꾸준히 대중을 만나고 있다. 현대극은 물론, 사극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대중이 성소수자에 대한 거리감을 좁힐 수 있도록 돕는 중이다.
현재 방영 중인 JTBC 인기 드라마 '옥씨부인전'에도 주요 인물이 성소수자로 등장했다. 성윤겸(추영우)은 옥태영(임지연)과 각자의 비밀을 교환했다. 옥태영은 노비였던 과거를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성윤겸은 옥태영에게 자신이 성수자라는 사실을 밝히며 "나는 여인을 품을 수 없다. 이 비밀이 알려지면 나 또한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슈룹'에는 성소수자 계성대군(유선호) 캐릭터가 등장했다. 계성대군은 여장을 하는 인물이다. 중전 화령(김혜수)은 "언제든 네 진짜 모습이 보고 싶거든 그림을 펼쳐서 보거라"라며 그가 여장한 모습이 담긴 초상화를 건넸다. 또한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너는 내 자식이다"라고 말했다. 딸이 생기면 주려 했던 비녀를 선물하기까지 했다. 계성대군은 화령에게 따뜻한 이해를 받았다.
지난해 베일을 벗은 드라마·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같은 현대극 외에 사극까지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이 시선을 모은다. 대중이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제작진의 접근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극이 성소수자의 어려움을 그려냈다는 점은 한층 과감하게 느껴진다. 사극 제작진은 사료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실제 역사의 기록 속에도 성소수자들이 존재했을까. 세종실록에는 궁궐 내 동성애가 엄격하게 금지됐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이를 범하면 곤장 70대를 때리게 했다. 순빈 봉씨가 궁궐의 여종 소쌍을 몹시 사랑하고 집착해 그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세조 때는 추문을 몰고 다니던 성 소수자 사방지가 있었다. 사람들은 사방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려 했고, 조사관들은 그를 '양성'의 사람이라고 결론 지었다. 세조는 사방지를 병자 취급했다. 성소수자의 삶은 조선시대에도 결코 쉽지 않았다.
역사 속에 성소수자가 분명히 존재했던 만큼,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쪽이 현실과도 가까울 수 있다. 다만 퀴어베이팅(Queer Baiting) 논란을 경계해야만 한다. 퀴어베이팅은 '퀴어를 낚는다'는 뜻이다. 동성애 코드를 미끼로 사용해 관심을 유도하지만, 실제로는 성소수자를 제대로 재현하지 않는 것이다. 앞서 많은 콘텐츠들이 논란에 휩싸여 왔다.
이야기의 큰 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룰 때 퀴어베이팅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들의 모습을 사극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것은 제작진이 이야기의 무게를 잘 잡으면서 성소수자의 삶까지 잘 담아낼 수 있을지 여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