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없는 주사, 짠맛 내는 숟가락… 인류 위한 '선한 기술', CES 밝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의 대형 홀. 나란히 줄지어 선 300여 개 부스 사이에서 유독 한 곳에만 사람이 몰려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일본 식품업체 기린홀딩스가 올해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전시할 이른바 '소금 스푼' 체험을 기다리는 인파였다. 기린은 이날 열린 '언베일드'에서 지난해 5월 일본 시장에 한정 출시한 이 숟가락을 공개했다. 언베일드는 7일 개막하는 'CES 2025' 참가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온 취재진을 대상으로 전시 제품을 먼저 선보이는 자리다. 약 20분의 기다림 끝에 이 숟가락으로 말간 라면 국물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먼저 기린 관계자로부터 사용법을 들었다. 일반 숟가락처럼 그냥 쓰면 되는 게 아니었다. 숟가락 위쪽 버튼을 눌러 1~4단계 중 원하는 염분의 강도를 선택한 뒤, 엄지를 제외한 손가락들로 숟가락 뒤쪽 일자형 센서를 지긋이 눌러야 했다. 이 상태에서 숟가락을 입에 넣고 최소 0.5초를 기다렸다. 그렇게 국물을 떠먹어 보니, 진짜로 짠맛이 느껴졌다. 이 숟가락에는 미약한 전류가 음식 속 나트륨 이온을 자극, 혀 근처로 끌어당겨 짠맛을 보다 강하게 느끼도록 하는 기술이 적용됐다고 한다. "평소보다 30%가량 소금 양을 줄여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기린 측의 설명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사용법이 불편하다'거나 '별로 짠맛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염식을 돕는 기술이 실현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니라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CES에서는 소금 스푼처럼 인류 전체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제품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CES 주최 측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도 올해 CES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로 '인간 안보'를 꼽았다. 인간 안보는 기근, 질병,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 위기로부터 인류를 지켜내야 한다는 개념이다. 가전·정보기술 업계에서도 인간 안보 실현에 도움이 될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언베일드에서도 인류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제품들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플로빔스는 '바늘 없는 주사'를 들고나왔다. 이 주사는 레이저를 통해 액체를 국소적으로 가열해 아주 작은 거품을 만든다. 거품 생성 과정에서 액체가 아주 강한 압력으로 빠르게 팽창하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액체를 피부 속으로 밀어 넣는다. 얇고 빠르게 통과하기 때문에 통증이 없고, 바늘 찔림으로 인한 사고나 위생에 대한 우려, 바늘 폐기물 역시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튀니지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커멀러스워터는 대기 중 수분을 식수로 바꿔 주는 생성기를 공개했다. 업체 관계자는 "전기나 태양광 패널만 있다면 사막에서도 공기 중에서 물을 추출해 낼 수 있다"며 "플라스틱 병에 든 물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배 적다"고 말했다. 폴란드 스타트업 스테소미는 가슴에 부착하기만 하면 심장과 폐의 소리 생체 신호를 측정·분석해 폐질환 등을 진단해 주는 청진기를 전시했다. 스테소미 관계자는 "병원 접근이 어려운 사람,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컴퓨터 모니터에 부착해 사용하는 실내용 햇빛 분출기, 조용히 미세 전류를 내뿜어 우울증·스트레스 등을 완화시키는 헬멧도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줄 제품으로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