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1인 3역(대통령+국무총리+기획재정부 장관)에 더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평생을 경제 관료로 살아온 최 권한대행이 외교·안보 책임자는 물론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맡은 상황이라 어느 분야든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최 권한대행은 30일 오전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4차 회의를 주재했다. 통상 사회재난 시 중대본부장은 재난대응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거나 사안에 따라 국무총리가 맡는다. 하지만 현재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 모두 공석인 상황이어서 최 권한대행이 본부장직을 맡게 됐다.
최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국토부·경찰청 등 관계기관에서는 사고 원인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진행해 달라"며 "최종 결과 전이라도 조사과정을 공개해 유가족분들께 신속히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항공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국토부는 항공기 운항체계 전반에 대한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하라"며 "항공안전체계를 혁신함으로써 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것이 책임 있는 대응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최 권한대행은 회의가 끝난 후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약 40분간 수습 대책을 논의했다. 최 권한대행은 사고 대응책 마련과 관련해 국회가 협력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 불확실성의 뇌관인 헌법재판관 3인 임명 동의 여부 등에 대해서는 최 권한대행과 우 의장 측 모두 말을 아꼈다.
최 권한대행은 오후 1시 전남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최 권한대행은 조문록에 "안타깝게 돌아가신 179분을 기억하고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고, 유족 대표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는 "최선을 다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주요 애로사항은 실종자 가족의 조속한 유전자(DNA) 확인, 무안공항 1층에 분향소 마련 등이었다. 최 권한대행은 직후 기체 잔해가 있는 사고 현장을 찾아 소방청, 경찰청 과학수사대 직원들을 격려했다.
최 권한대행은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곧바로 소집했던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에는 불참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신 회의를 주재했고, 최 권한대행의 빈자리는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채웠다. F4회의의 경우 메시지보다는 부총리와 한은 총재, 금융당국 수장이 대면 협의를 이어가며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상징성이 컸지만, 이젠 무게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 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에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최 권한대행이 정치적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는 데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처럼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을 거부할 경우 정국은 다시 요동치고, 대외신인도는 타격을 입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환율 등 금융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심해져 최 부총리의 역할이 중요한데 국가적 재난까지 터져 대응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며 "최 권한대행은 한 국무총리의 길을 따라가지 말고 국회와 협력해 본인이 잘 아는 경제 안정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