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7일 당사자인 한 권한대행은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관련 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겠다”고 수용했다. 그러나 “’왜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말씀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서는 거듭 소신을 밝혔다. 이로써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업무에서 배제됐다. 국민의힘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어서 한 권한대행의 최종 거취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달렸다.
한 권한대행은 탄핵안 가결 직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국무위원들과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은 평상심을 가지고 맡은 바 소임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전날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님은 위헌요소와 부작용 우려가 큰 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요구를 부탁드렸고 국회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또 헌정사에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이 없다는 점,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례 등 전날 강조했던 내용을 다시 꺼냈다. 한 권한대행은 “저는 또한 ‘대통령 권한대행은 안정된 국정운영에 전념하되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기조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국회가 타협이 불가한 상황인데도 책임을 떠넘긴 게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한 권한대행은 “여야가 합의를 못할 테니 그냥 임명하라는 말씀은 헌정사의 전례를 깨뜨리라는 말씀이자, 우리 정치문화에서 더 이상 토론과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들라는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합리적 반론 대신 이번 정부 들어 29번째 탄핵안으로 답하신 것을 저 개인의 거취를 떠나 이 나라의 다음 세대를 위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깊은 숙고 끝에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는 오후 5시 19분 송달됐고, 그 즉시 한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됐다. 한 권한대행은 직무정지된지 약 20분 뒤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저는 직무가 정지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굳건하게 작동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여권에선 한 권한대행이 탄핵소추안 가결이 된 이후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적극 피력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향후 행보에 더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권한대행은 입장문에서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복귀 가능성도 열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