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예멘 수도 사나의 공항 등 주요 시설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 예멘 반군 후티 제거가 목적임을 분명히 밝히면서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사실상 무력화한 이스라엘이 친(親)이란 세력 궤멸을 위해 후티까지 제압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운 모습이다. 이스라엘로부터 대규모 공격을 받은 후티도 즉시 보복 공격을 감행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공항 운영이 한때 중단되는 등 역내 긴장은 계속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6일(현지시간) 사나의 공항 및 발전 시설, 호데이다·살리프·라스카나티브 등 서부 해안의 군사 기반 시설 등을 전투기로 폭격했다고 밝혔다. "(사나 공항은) 후티 테러리스트 정권이 이란 무기 밀반입 및 이란 고위 관계자 입국 등 군사 목적으로 이용한 민간 시설"이라는 명분을 대면서다. 이날 공격으로 예멘에서는 최소 6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습 당시 사나 공항에서는 현지 보건 및 인도적 상황 점검을 위해 예멘을 찾았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항공기 탑승을 준비 중이었다는 점에서 피해는 일파만파 커질 수도 있었다.
이스라엘은 예멘 공격 목적이 후티 제거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습 직후 공군 지휘센터에서 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악의 축' 테러 조직을 끊어 내기로 했다.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하마스·헤즈볼라 지도부처럼 후티 지도부를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공개 경고도 했다.
이스라엘·후티 간 무력 충돌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이래 산발적으로 이어져왔지만 최근 일주일간 후티가 이스라엘로 미사일·무인기(드론) 공습을 가하는 등 공격 강도를 높이자 이스라엘도 후티 제거 작전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공격과 관련해 "이제 대담해진 이스라엘이 후티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시리아에서의 영향력 확대 또한 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을 받은 후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7일 새벽 후티는 텔아비브가 있는 이스라엘 중부를 겨냥해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IDF는 "이스라엘 중부 전역에 울린 공습 경보로 수백만 명이 방공호로 피신했다"며 "발사체는 이스라엘 영공 밖에서 요격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구체적 피해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스라엘의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후티 공격으로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서의 착륙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고 전했다.
양측이 거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확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역내 추가적인 긴장 고조 위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관련 당사자들은 모든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 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