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세계 몰입한 내성적 어린이의 동료가 돼줄 책" [어린이·청소년 심사평]

입력
2024.1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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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심사평
김동수 '오늘의 할 일'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 본심에 오른 10편의 작품은 다양한 창작 기법과 내용 덕분에 그중 단 하나만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예심에 올릴 때부터 상의 취지는 작품의 우열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한 해 동안 작가와 출판인의 정성과 노고가 담긴 성과를 대중과 두루 나누고 독서를 장려하는 데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에, 그만큼 10편 모두에 상과 축하를 드리며 더 널리 알리고 싶었다.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심사 과정에서 몇 편의 작품이 특히 오래 거론됐다. 김태권의 '인공지능과 살아남을 준비'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이고 시사적인 문제들에 관해 어린이·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충실한 지식을 전달하는 논픽션 도서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답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상교 글, 밤코 그림의 '멸치 다듬기'는 시사만평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그림, 종이 신문이라는 오래된 인쇄 매체에 대한 향수, 온 가족이 참여하는 가사 노동과 만찬의 즐거움을 한데 버무린 수작이다.

오승민의 '점옥이'는 1948년 10월의 여순 항쟁을 증언, 사후적 기억, 상상을 통해 재구성한 작품으로, 윤곽선 없이 두툼하게 올린 채색은 저시력자를 위한 그림책의 가능성을 사유하게 한다. 권윤덕의 '행복한 붕붕어'는 폐수로 오염된 도시의 강에서 수중 생물이 기형화되는 현실을 고발한다고 단순하게 요약할 수 없이 다층적인 주제와 감정의 결을 담은 그림책이다. 인간과 비인간, 유기체와 기계, 신체 변형, 자연과 기술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과 헌신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논의 끝에 김동수의 '오늘의 할 일'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오늘의 할 일'의 주인공은 말 없이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한 내성적인 어린이다. 올곧은 윤리의식을 지니고 옳다고 여기는 일을 혼자 실천하는 어린이, 정돈, 질서, 청결을 평안해하고 그것을 세계의 선으로 확장하려는 어린이, 사물의 이면을 상상하고 환경을 창작하는 어린이. 결코 드물지 않은 이런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동료가 되어줄 책이다. 수상작은 물론 모든 후보작에 감사를 전한다.

윤경희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