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탄핵소추안' 발의를 돌연 보류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마지막 데드라인으로 27일 오전을 못 박으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26일 오후 본회의에서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안이 통과된 직후부터 다음날 예정된 본회의까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 즉시 탄핵의 칼을 가차 없이 빼들겠다는 것이다. 한 대행에게 '24시간 최후의 기회'를 주면서도, 민주당은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는 전략적 명분도 쌓을 수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27일 본회의 개최를 공지하면서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한 권한대행의 결단을 이끌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모습이다.
앞서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탄핵 조건으로 3가지를 내걸었다. △상설 특별검사 임명 △내란 특검·김건희 특검법 공포 △헌법재판관 임명이다. 이 중 첫번째 카드로 꺼내든 게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다.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다른 조건은 따지지 않고 탄핵으로 직행하는 스케쥴이다. 내란특검이나 김건희특검법 거부권 행사 시한은 1월 1일까지지만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탄핵의 최우선으로 둔 배경에는 임명 시점에 대한 강행규정이 없는 탓에 한 권한대행이 지연 전략을 최대치로 끌어다 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내란특검 및 김건희특검 등 법률안에 대해서는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기간 내에 한 권한대행은 법안을 수용해 공표하거나, 거부권을 쓰거나 결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헌법재판소법)는 의무만 명시해놨을 뿐 시점에 대한 규정은 없어 한 권한대행이 마음만 먹으면 무기한으로 질질 끌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지연 행보가 '헌법재판소 불완전 체제'를 문제 삼으며 탄핵 심판을 무력화하려는 윤석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국회몫으로 선출된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수용하지 않고 버티면 헌재는 6인 체제로 계속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내년 4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자리까지 채워넣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헌재가 '4인 체제'가 되면 탄핵 심판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수처 출석 요구도 응하지 않으며 수사도, 재판도 모두 보이콧하고 있다.
그간 분리전략을 택해온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을 싸잡아 묶어 비판하기 시작했다. 내란죄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한 권한대행을 압박하기 위한 노림수다. 전날 "내란 대행"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이날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저버리는 것은 "내란 수괴를 지키려는 위헌 행위"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내란 동조행위"라고 비판수위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 다음 권한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추켜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배수진을 치고 나오자, 우원식 국회의장도 움직였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늦게 민주당이 요구한 27일 본회의 개최를 공지했다. 한덕수 탄핵안이 본회의 문턱에 들어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을 향한 최후의 경고란 분석이 나왔다. 탄핵안은 보고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돼야 하기 때문에 30일 표결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선 더는 지체할 수 없다며 주말 표결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덕수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정국 혼란은 더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장 권한대행 탄핵안 의결정족수를 두고 야당은 총리 기준(151석)을, 여당은 대통령 기준(200석)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탄핵안 통과시 헌법소원과 권한쟁의 심판 등 각종 법률 다툼을 예고했다. 헌법재판소가 국정 불안을 이유로 한덕수 탄핵 심판을 먼저 처리할 경우,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전히 강경 태세다. 지도부 관계자는 "한덕수 대행이 태세 전환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라며 "차라리 빨리 탄핵 시키는 게 정국을 안정시키는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