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 코앞, 한국 외교만 안 보인다

입력
2024.12.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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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른 시일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회담을 갖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미 트럼프 당선자도 이시바 총리와 만나겠다고 분명히 한 터라 일각에선 내달 20일 취임식 전 회동도 점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트럼프 당선 당시에도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 전 회동을 통해 미국과 밀월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반면 우린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몇몇 정재계 인사가 개인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나 한국 정부에 대한 공식 초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23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주요 외교 안보 일정을 완전히 재개키로 했다. 지난 3일 계엄 선포 후 미국은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국방장관 방한을 연기한 바 있다. 양국이 이러한 차질과 균열을 신속하게 정상화하면서 복원한 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외교장관 회담도 열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곧 임기가 끝나는 바이든 정부 인사들만 만나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트럼프 취임이 한 달도 안 남은 가운데 한국의 정치 혼란으로 인한 파장은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미 의회조사국은 트럼프 정부가 관세나 주한미군 등 한미 관계에 영향이 큰 정책을 추진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이 불리할 것이라고 보고서까지 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기업들이 정부의 트럼프 대응이 가장 절실할 때 구심점이 없어 낭패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머니머신’으로 보는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는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해온 인사를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지명했다. 그는 주한미군은 중국 억제에 집중하고 한국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동안 한미의 공동 목표였던 비핵화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주한미군 역할까지 조정되는 중차대한 시기인데 우린 정상 외교를 펼 수도 없는 실정이다. 민간 채널까지 총동원해 한국이 정상 국가라는 걸 보여주며 외교 안보 공백을 최소화해 국익을 지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