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 사태’ 내란 혐의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이라며 당장은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뜨뜻미지근하다. “체포영장 단계는 너무 먼 얘기인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는 석동현 변호사는 24일 “탄핵소추 피청구인으로서 대통령의 기본적 입장이 재판관들과 국민들에게 설명이 되는 게 우선”이라며 “수사는 안에 들어가면 무슨 얘기를 어떻게 했느냐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알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수처의 밀실조사 대신 헌재의 공개변론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겠다는 얘기다. 헌법이 현직 대통령의 형사 소추 예외로 두고 있는 두 가지 죄가 내란과 외환죄다. 윤 대통령은 그 두 가지 혐의를 모두 받고 있는 중대 피의자다. 그가 자신의 입맛에 따라 수사와 탄핵심판 중 유리한 쪽을 택하겠다는 오만함을 이대로 방치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헌재의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하는 것도 아니다. 포고령과 국무회의 회의록 제출 요구를 뭉개고 있고, 헌법재판관 3명이 공석인 ‘6인 체제’에 대해서는 “논쟁적 요소가 있다”며 딴지를 걸었다. 6인 체제에서 탄핵심판 심리를 진행하고 결론을 내리면 향후 법적인 문제 제기에 나설 수 있다는 엄포에 가깝다.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정작 공수처는 한가해 보인다. 어제 출석시한(오전 10시)을 넘긴 이후에도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일반적인 형사사건도 이런 식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물론 대통령을 수사하는 일인만큼 절차에 하자가 없도록 촘촘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겠으나, 오매불망 자진 출석을 기다리는 게 수사기관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이미 증거는 차고 넘친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군 지휘부, 경찰수장이 일관되게 증언하는 국회의원 체포 지시만으로도 체포영장을 청구할 사유는 충분하다. 더 이상 윤 대통령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제동을 걸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