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에서 온 소녀' '20대 여성 연대' '응원봉 연대' '연대한 트랜스젠더' '생일자 퀴어 페미' '아동학대생존자' '더쿠 아재' '거제의 딸' '2030 페미니스트' '아줌마도 한다' '한강진역의 청년노동자' '통영 조선공의 딸' '현중(현대중공업) 하청 직원 딸' '부산 조선공의 딸' '서초동 주부' '전라도에서 경상도까지' '옳은 것을 위하여' '노동자 화이팅'···.
지난 21·22일 '남태령 트랙터 시위'를 기점으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에 쇄도한 후원자 명단 일부다. 거통고 조선하청지회는 조선업 호황에도 여전히 열악한 하청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임금체불·산업재해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부터 노숙·단식농성 중이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24일 페이스북에 1,000여 건이 넘는 후원자 중 일부를 발췌해 올리면서 "모금 초반에는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점점 줄어서 12월 21일은 모금이 7건으로 가장 적었다"며 "이제 어느 정도 모금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22일 70여 건으로 늘더니, 23일 무려 400건 이상, 24일 새벽 2시까지 벌써 200건을 넘겼다"고 썼다.
그는 "지난 주말 남태령에서의 뜨거운 연대가 우리(조선소 하청노동자 투쟁)에게도 불똥이 튀어 얼떨떨하다, 놀랍다, 그리고 고맙다"고 소회를 밝혔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남태령 등 전국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가 잇따른 가운데,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개혁 요구 목소리가 농민·여성·성소수자·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연대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장기농성을 벌여 온 노동자들에게 후원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는 "남태령 투쟁 후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자동차판매연대지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등에 후원이 쏟아지고 있다"며 "급격히 늘어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규모를 봐도 이례적인 연대 양상"이라고 밝혔다.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 박정혜·소현숙씨는 본인들과 동료 5명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올해 1월부터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관련 기사 : 일본계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먹튀 논란'… 노동자 고공농성 돌입) 하루 10건 미만이던 후원은 22일 58건, 23일 20건 등으로 크게 늘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25일 기준 968일째 천막농성(국회 앞은 660일째) 중인 자동차판매연대지회에도 투쟁 기금 마련을 위한 김 판매가 하루 약 50건씩 이뤄지고 있다.
영세·비정규·플랫폼·특수고용직 등 취약 노동자들을 위한 병원 설립을 추진 중인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도 22일부터 후원 폭주로 "홈페이지 서버 한도가 초과하고 사무국 전화가 끊임없이 울리는 기적"이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불법계엄 반대 시위에서 촉발된 각계각층의 연대 물결이 '더 평등하고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많다. 이김춘택 사무장은 한국일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왜 노동3권이 필요한지, 노조법 2·3조가 왜 개정돼야 하는지도 귀 기울여주셨으면 한다"며 "한국 사회가 보다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태일의료센터도 후원 물결에 감사를 표하며 "탄핵 이후 만날 세계를 상상하며 노동자와 농민은 물론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청소년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게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