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을 사전 기획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계엄 전 수십 차례 전북 군산의 한 무속인을 찾아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계엄과 관련한 군 관계자들의 사주와 점을 봤다는 보도가 나왔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청와대(대통령실)에 돌아가려면 이 사람이 잘 돼야 한다"며 "배신할 것 같냐"고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산시 개정면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A(38)씨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노 전 사령관이 2022년 2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방문해 군인들의 사주를 물어봤다"며 "대략 20여 차례 넘게 다녀갔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사전에 예약한 뒤 점집을 방문했고, 군인들의 사주가 적힌 메모나 사진을 들고 와 점괘를 물었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여군 성추행 혐의로 불명예 전역한 뒤 생년월일 등을 통해 사주를 풀이하는 명리학을 내세워 점집을 운영해왔다. 그는 2년 가까이 A씨에게 명리학을 가르쳐 주고, A씨는 노 전 사령관이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영적인 점을 봐주며 교류했다. 노 전 사령관은 A씨가 자신과는 다르게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라는 이유로 그를 자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김용현 전 장관에 관해서는 2022년부터 지속해서 잘 될 사주인지를 물었다"며 "2023년 가을쯤에는 김용현 전 장관이 국방장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운세를 봐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씨는 한 번에 A4 용지에 군인 10여 명의 사주를 적어 와 점을 봐달라고 했다"면서 "주로 이 사람과 끝까지 갈 수 있는지, 배신을 할 사람인지 등을 집중해서 물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다른 군인들은 정확히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의 얼굴은 TV 뉴스를 보고 바로 알아봤다"면서 "김 전 장관의 사주를 가장 많이 물었고, 노씨가 '이 사람이 잘 돼야 내가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을 직접 언급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A씨는 "내가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기고 탄핵을 당할 것이라고 말하자 노씨가 '외부에 공개된 (윤 대통령) 생년월일과 실제 생년월일이 다르다'고 말하며 탄핵당할 일이 없다고 했다"고 답변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의 생년월일은 1960년 12월 18일이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느냐는 질문에는 "계엄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고, '중요한 일'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뉴스를 보고 나서야 그때 물었던 것이 저걸 말하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노상원씨가 지난해 12월쯤 김용현이가 뭘 하면 내가 서울에 간다는 말을 했다"면서 "일이 잘 되면 올해 여름에 서울로 간다고 이야기했다. 정권이 바뀌어서 (자신이) 옷을 벗었다고 했고,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강해 보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