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시라노' '마타하리'에 '웃는 남자' 까지… 1월에도 '와일드혼 매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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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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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4편 동시 상연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인터뷰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미식축구 선수를 꿈꿨던 남자는 "음악이라는 다른 방법으로도 여자를 만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음악을 삶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독학한 작곡은 그에게 세계를 무대로 살아가는 코즈모폴리턴의 삶을 선사했다. 서울에서 상연 중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시라노', '마타하리'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66) 이야기다. 다음 달 개막하는 '웃는 남자'까지 이번 겨울에만 그가 작곡한 4편의 뮤지컬이 동시에 관객과 만난다. 기간을 올 초까지로 확대하면 연초에 공연된 '몬테크리스토'와 '드라큘라', 지난여름 초연된 '4월은 너의 거짓말'도 그가 작곡가로 참여한 뮤지컬이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와일드혼은 "말도 안 되는 행운은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음악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경계가 없어, 열정을 담아 공연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 뮤지컬계와의 인연은 2004년 '지킬앤하이드' 초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으로 대표되는 그의 음악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 라인과 뚜렷한 기승전결 구조가 특징. 그는 "'지킬앤하이드' 첫 공연 이후로 한국에 있는 음악적 재능을 지닌 이들에 대해 언제나 경외심을 갖고 우러러봐 왔다"며 "그들은 내가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밝혔다.

1970년대에 재즈와 리듬앤드블루스(R&B)를 독학으로 익힌 와일드혼은 전설적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 '웨어 두 브로큰 하츠 고(Where Do Broken Hearts Go)'를 작곡했고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 팝음악을 작곡했다. 이후 199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지킬앤하이드'를 시작으로 뮤지컬계를 주무대로 삼아 왔다.

와일드혼은 이제 클래식 음악도 작곡한다. 2022년 '다뉴브 교향곡'을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공연했고, 내년 1월 두 번째 교향곡을 빈 심포니 연주로 녹음할 예정이다. 클래식 음악을 하다 실용 음악 장르로 가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드물다. 그는 "내게 중요한 것은 빈 심포니든 팝이든 공연이든 상관없이 늘 영혼을 담아 작곡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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