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운영되는 전세자금대출 보증 정책이 집값과 전셋값을 모두 올릴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장가 상승은 다시 서민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보증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국토연구원이 낸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전세자금대출 보증 규모는 2019년 66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104조9,000억 원으로 58%가량 늘었다. 이들 기관은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담보(주택)가 없는 전세 대출의 보증을 서 신용을 보강해주고 있다.
정책 목적대로 보증은 주거비 감소 효과를 불렀다. 연구원이 2022년 자료를 기반으로 추산한 결과, 월세 거주 가구가 전세로 옮길 경우 주거비를 월평균 9만2,000원 절약할 수 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1만1,000원, 광역시 20만7,000원, 지방 13만7,000원의 절감 효과를 냈다.
다만 연구원은 보증 확대가 주택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보증이 늘어날수록 전세 대출 장벽이 낮아지고, 전세 수요 증가→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주거비 절감 효과까지 떨어트린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증이 매월 1%씩 증가할 때 전세가는 연간 2.16% 상승하고, 이때 주거비 완화 효과는 월평균 8만4,000원으로 줄어든다. 보증이 매달 3.8%씩 확대되면 연간 전세가는 8.21% 오르고 주거비 완화 효과는 월평균 6만3,000원 수준으로 내려앉는다.
나아가 연구원은 보증 확대가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전셋값이 비싸지면 임대인은 갭투자를 통해 주택을 구매하는 일이 훨씬 쉬워져 매매 수요도 덩달아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보증이 매월 1% 증가하면 월간 전세가격은 0.177%포인트, 매매가격은 0.365%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오민준 부연구위원은 "보증 확대가 전세가보다 매매가에 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보증 정책 방향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안으로 △보증 대상을 저가 전세주택에 집중하고 △임대인 신용평가 기준을 강화하며 △임차인의 상환 능력을 고려한 한도 규제 등을 제시했다. 오 위원은 "보증은 저렴한 전세 주택에 더 효과가 있고, 이자율과 보증료 인하 정책을 병행해 주거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며 "적은 자본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갭투자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용평가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수년 전부터 HUG와 HF는 보증 기준 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전체 전세 보증 가구 중 94%를 담당하고 있는 HUG는 보증사고와 대위변제가 급증하며 적자가 3조8,598억 원에 달해 정책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HUG는 주요 대안으로 꼽히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 하향 등을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이 많아지면 전세금 대출 규모가 커지고 이는 매매시장까지 불안케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HUG 등 공공기관이 나서서 보증 인정 비율을 낮추는 등 적정가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