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내에서도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한 권한대행의 법적 지위가 국무총리인지, 아니면 대통령과 사실상 같은지가 쟁점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처럼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게 아닌 만큼 국무총리로서의 탄핵소추안 요건을 적용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일보가 23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으로 취임하기 이전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중에 탄핵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 및 의결 요건이 적용된다"며 "학계에서도 이론(異論)이 없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151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의 의석으로는 단독으로 가결이 가능하다.
이는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검토하고 있는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해석이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서 한 권한대행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및 계엄군의 헌법기관 점령 시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점 등만 문제 삼을 것으로 전해졌다. 권한대행으로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건 탄핵사유로 삼지 않겠다는 얘기다.
반면 김상수 국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10월 '탄핵소추 남용 방지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로 국무총리 등이 대행을 하는 경우 대통령에 대한 가중된 (탄핵소추안 가결) 요건을 대통령 직무대행자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해당 직무대행자의 지위와 직무를 고려할 때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국민의힘 주장에 부합하는 의견이다. 이 경우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 가결이 불가능하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요건을 '최소 151명 찬성'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보수 성향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은 선출직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있지만, 총리가 권한대행을 한다고 민주적 정당성까지 부여받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 권한대행은 일시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뿐 법적 지위가 국무총리"라며 "탄핵소추 또한 피소추자의 법적 지위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