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전기 철책을 설치하는 등 국경지역 요새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탄핵 정국을 지켜보며 도발보다는 단절 조치를 강화하고 러시아와의 밀착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언론에 배포한 '최근 북한군 동향' 자료를 통해 "(북한) 주요 도발세력의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우리 국내상황을 관망하며 내부 상황관리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올해 MDL 일대 40여㎞의 철책과 MDL 이북 지역의 한계선을 따라 총 10여㎞ 길이의 방벽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북한 군인과 주민의 월남을 차단하면서 유사시 작전병력 증원을 위한 차량 기동성, MDL 근접 감시 능력을 보강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이 철책을 3중으로 설치하고 있다"며 "이 중 2·3선에는 220·3300·1만 볼트로 추정되는 전기철책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군이 염소로 추정되는 동물을 이용해 전기 철책의 효과를 검증하는 모습도 군 감시자산에 의해 포착됐다.
또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경의선 송전탑 중 북측지역 11개의 송전탑을 철거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MDL 이북 첫 번째 송전탑은 철거하지 않고 남겨뒀는데 이는 감시장비 설치용 타워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합참은 보고 있다.
또한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전장에 병력과 장비를 추가로 보내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합참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1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으며 현재 교대 또는 증원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력뿐만 아니라 240㎜ 방사포, 170㎜ 자주포 등의 전력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 지도에서 공개된 자폭형 무인기도 생산·지원하려는 동향이 일부 포착된 것으로 파악됐다.
합참 관계자는 "자폭형 무인기는 김정은이 역점을 가지고 추진하는 과업 중 하나"라며 "북한이 러시아 쪽에 (무인기를 지원한다는) 의사 표현을 한 것으로 알고 있고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남한을 향한 소음 방송 등 심리전은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지난 7월20일부터 전선지역 40여개소에서 10여 종의 소음을 일일 약 10시간 이상 송출하고 있으며 특히 남한의 대북 방송시간대가 아닌 심야·새벽시간을 활용해 소음을 내보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서부지역에 집중적으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며 일부 확성기는 방향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교체했다. 공격적 소음방송을 통해 남남갈등을 증폭시켜 우리 군의 대북 방송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합참은 "현재까지 (대북 방송) 기조에 변화는 없다"면서도 "국방부 차원에서도 피해 소음을 점검하면서 주민들과도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