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어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한은 환매조건부채권(RP) 비정례 매입 추가, 외국환 선물환 포지션 확대, 원화용도 외화대출 완화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모두 12·3 불법 계엄 이후 국내 기업 자금난 완화와 불안한 원화 가치를 단기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지만, 이는 시중에 돈이 더 풀리는 효과도 있다. 특히 한은의 RP 매입은 금융기관의 유가증권을 사들여 현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불법 계엄 이후 10일 간 20조 원 가까운 단기유동성을 공급한 한은이 RP 추가 매입으로 10조 원가량의 현금을 더 풀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은행은 소상공인에게 3년간 2조1,000억 원 규모의 대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급격한 경기 냉각과 장기 불황을 멈추기 위해 그동안 고수해 온 대출 규제 강화 등 유동성 축소 정책의 방향이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내년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재정 건전성 강조 기조도 적극 재정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사상 최장 내수 부진과 불투명한 무역 환경을 고려하면 이런 정책 전환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물가 상승 위험성도 높아진다. 이는 서민과 취약계층에 더 큰 충격을 미친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나 곡물 등의 가격 상승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2020년 1월~2023년 9월) 서민이 주로 구입하는 저가 상품은 16.4%나 가격이 오른 반면 최고가 상품은 5.6% 상승에 그쳤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또 겨우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한계에 달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위험도 있다.
경기 추락을 막으려 내놓은 유동성 확대 정책의 성공은 이런 부작용 최소화에 달려 있다. 부동산 투기 억제책 강화와 함께 생필품 물가 집중 관리, 취약계층 대상 식료품과 생필품 바우처와 난방비 지원 확대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