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백혈병 중 60~70%를 차지하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 시 방사선을 쬐지 않고 조혈모세포를 이식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신 방사선 조사로 발생할 수 있는 암이나 성장 장애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보다 안전한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23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강형진·홍경택 교수가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방사선 없이 약물만을 사용한 조혈모세포이식 효과‧안정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14년 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고위험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우리 몸의 림프구는 항체라는 물질을 만들어 외부에서 체내로 침입한 세균 등을 물리치는 역할을 한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성숙하지 못한 림프구가 많아져 방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미성숙 림프구는 골수에서 다른 세포가 생성되는 것을 방해한다. 적혈구가 잘 만들어지지 않으면 빈혈을 앓고, 백혈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쉽게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소아암(2021년 기준) 937건 중 소아 림프모구백혈병은 전체의 23.5%(220건)를 차지했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항암제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고위험군 환자에겐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을 생산하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환자의 골수에 남아 있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항암제와 방사선 조사를 한 후 해당 세포를 이식해왔다. 특히 전신 방사선 조사(TBI)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한 사전 조치로 이뤄졌으나 성장기 소아청소년에게 이차 암, 내분비 장애와 같은 장기적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가 높았다. 이차 암은 먼저 발생한 암세포와 무관하게 다른 부위에서 암세포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방사선 조사 없이 항암제만 이용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부설판‧플루다라빈‧에토포시드 등 세 가지 항암제를 썼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 항암제의 용량을 조절했다.
그 결과, 환자의 5년 생존율(OS)은 86.1%, 5년 무사건 생존율(EFS)은 63.9%로 나타났다. EFS는 특정 기간 동안 종양 재발과 진행, 사망 등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국제혈액‧골수이식연구센터에서 보고된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의 조혈모세포이식 3년 생존율(62~79%)보다 높은 수치다.
홍 교수는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면서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