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별세한 와타나베 쓰네오 일본 요미우리신문그룹 대표 겸 주필은 유력 정치인과 친분을 맺으며 인사와 정책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었다. 현역 기자로서 오노 반보쿠 자민당 부총재와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의 가교 역할을 하며 1960년대 한일 국교 정상화 협상에 관여했다. 맹우였던 나카소네 야스히로를 입각시켜 총리 직에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향해 "역사나 철학을 모른다"고 맹비판했다. 이후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군대 보유 등을 포함한 개헌을 주장해 보수 우파의 평화헌법 개정 추진에 영향을 미쳤다.
□ 그는 아베 신조 등을 비롯한 현직 총리와 언제든 통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자문 수준을 넘어서는 정언유착과 권력 지향은 언론인으로서 그에 대한 평가를 극명하게 갈리게 했다. 뉴욕타임스가 '어둠 속의 쇼군(막후 실력자)'이라고 부른 배경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밤의 대통령'이란 표현이 있다. '낮의 대통령'인 권력자와 영합해 여론 형성과 정책 추진 이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 언론사 사주를 이르는 말이다.
□ 아직까지 종이신문 왕국인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뉴미디어에 밀려 신문,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기성언론)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포털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기성언론을 위협하더니, 이젠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반한 1인 미디어 위세가 막강하다. 기성언론에 밤의 대통령이란 표현을 붙이기 어색한 시대가 된 것이다.
□ 12·3 불법 계엄은 극단적 주장을 펴는 1인 미디어와 음모론에 미혹된 권력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비상계엄 명분으로 종북·반국가세력 척결과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마치 극우 유튜브 방송을 보는 듯했다. 정치 양극화에 편승하려는 권력자가 확증편향성이 강한 극단적 유튜브 방송을 지지층 결집과 정책 결정에 활용하면서 정언유착의 변종이 등장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