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 '전기차 보조금 폐지' 움직임에 애태우는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입력
2024.12.22 20:00
EV 보조금 폐지하면 현대차가 타격
전기차 탑재 배터리 만드는 LG엔솔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에 대한 보조금을 확정하면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LG엔솔) 등 다른 한국 기업들이 받을 보조금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 달 뒤인 2025년 1월 20일(현지시간)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맞아 조 바이든 정부에서 약속한 보조금을 제때 받지 못할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해당 기업은 물론 한국 재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자동차 업계다. 트럼프 당선자 측에서 전기차(EV) 보조금 폐지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16일 트럼프 당선자의 정권 인수팀 내부 문건을 근거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고 미국에 들어오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대상으로 관세를 내게 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인수팀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충전소 설치 보조금 75억 달러(약 10조 원)도 거둬들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뛴 뒤 엄청난 영향력을 뽐내고 있는 '퍼스트 버디(First Birdie)'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여러 차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언급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미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소비자 세금 공제)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를 폐지하면 현대차, 제너럴모터스(GM) 등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만들고 파는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10월 현대차그룹은 IRA 적용 혜택을 기대하고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 메타플랜트를 준공했다. 현대차가 이 공장 건설에 들인 자금은 76억 달러(약 10조 원)에 이른다.


LG엔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는 그대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엔솔, 삼성SDI, SK온 등에도 타격이 클 전망이다. 트럼프 2기 인수팀 문건에는 배터리 핵심 소재 등 전기차 공급망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에 대형 배터리 생산 공장도 짓고 있는데 이 공장에서 쓸 소재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할 계획이어서 직접 영향권에 있다.

다행히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통해 현지 공장에서 배터리를 만들면 받는 세제 혜택 규모가 줄어든다거나 하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는 않았다. LG엔솔은 2023년 6,768억 원, 올해 1~3분기 1조1,009억 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