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9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낙관적인 협상 분위기와는 달리, 가자지구 등에선 이스라엘·미국과 하마스·예멘 후티 반군이 공습을 주고받는 탓에 사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협상 타결까지는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인질 협상이 90% 완료됐다"는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의 발언을 21일(현지시간) 전했다.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이견만 해소하면, 며칠 안에 '3단계 휴전'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는 게 해당 관리의 전언이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 중 하나는 필라델피 회랑(가자지구-이집트 국경 지역) 내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다. 이곳에 숨겨진 수많은 터널을 통해 하마스가 이집트로부터 무기 등을 몰래 공급받는다고 의심하는 이스라엘은 군 주둔을 고집하는 반면, 하마스는 '가자지구 전역에서 이스라엘군 철수'를 주장하는 탓에 휴전 협상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이스라엘이 새 휴전안을 제시하고 하마스도 이스라엘군 주둔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하는 휴전 협상에 참여 중인 팔레스타인 관리는 BBC에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경계를 따라 수백㎞의 완충지대를 만드는 안을 포함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3단계 휴전 협정은 ①휴전 및 인질·수감자 맞교환 ②가자지구 주민 귀환과 구호품 전달 ③전쟁 종식 및 가자지구 행정 감독위원회 설치로 이뤄져 있다. 이번 협상에선 구체적인 인질 교환 조건이 논의되고 있는데, 현재로선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힌 이스라엘 군인 1명-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20명을 맞교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96명 중 최소 62명이 아직 살아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협상 진행 중에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 19일 이스라엘군의 가자 북부 민가·난민시설 등 공습으로 최소 13명이 숨지는 등 하루에만 4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튿날에도 가자 중부·북부 공습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최소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마스 지원 세력인 후티 반군과의 충돌도 끊이지 않는다. 예멘 북부를 장악하고 있는 후티는 그동안 홍해에서 이스라엘 및 서방 국가의 선박을 꾸준히 공격해 왔다. 이스라엘은 19일 예멘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한 뒤 곧바로 예멘 수도 사나의 항구 등을 폭격했고, 이 공격으로 9명이 사망했다. 이틀 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는데, 이스라엘이 요격에 실패하며 1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그 직후 예멘 사나의 후티 반군 군사시설에 직접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