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강국 멕시코, 헌법에 동물복지 명시···독일, 스위스에 이어 10번째

입력
2024.12.20 08:00
우리나라는 2018년 헌법 개정안 발의됐으나 폐기
동물자유연대 "정파 초월 생명보호 가치 실현해야"


이달 2일 멕시코에서 동물복지를 명시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앞서 헌법에 동물을 명시한 나라는 독일, 스위스, 유럽연합(EU) 등 9개국이다. 동물권 단체들은 "획기적인 승리이자 역사적인 개혁"이라며 환영했다.

19일 미 언론 매체 복스(vox) 등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동물복지를 명시하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헌법 제3조, 제4조 및 제73조가 개정됐다. 개정안에는 ①국가가 동물의 보호‧복지를 보장해야 할 주체임 ②교과 과정에서 동물복지를 다룰 것 ③의회가 통합 동물복지법을 제정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농장동물 처우 개선 내용도 포함됐는데 멕시코가 세계적 축산 강국으로 꼽히는 만큼 동물복지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복스는 전했다.

크리스틴 스틸트 하버드 로스쿨 동물법과 정책프로그램 교수는 "앞서 헌법에 동물을 명시한 나라들의 경우 일반적인 내용이거나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멕시코의 경우는 다르다"며 "(동물을 명시한 내용이) 더 길고 구체적이며 여러 조항에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다른 나라의 경우 동물 복지에 농장동물을 제외하는 경우가 많은데 멕시코의 경우 모든 종의 동물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동물단체들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세실리아 오르투노 멕시코 현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이번 헌법 개정은 수천 명의 시민들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라며 "동물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 존재로 인정하고 그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안톤 아길라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멕시코 이사도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정부는 동물 보호와 복지가 공공정책의 우선 순위가 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동물 수백만 마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2018년 발의된 대통령 헌법개정안 제38조 제3항에서 '국가는 동물 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바 있다. 단체는 "멕시코의 경우 정치적 양극화에도 이 법안은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며 "우리나라도 헌법에 동물 보호 및 복지를 명시해 정파를 초월한 진정한 생명보호의 가치를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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