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임직원과의 소통을 위한 행사에서 LG전자가 직면한 위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도널드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세계 경제를 성장시켜 온 자유무역 시장 질서의 미래가 불확실해진 상태에서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중국 기업들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조 사장은 "최악에 대비하고 최선을 지향한다"는 자세로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18일 LG전자에 따르면 조 사장은 전날인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임직원과의 정기 대화 행사인 'CEO F.U.N 토크'를 열고 2025년 세계 경영 환경의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선제적 대응 전략을 공유했다.
이날 조 사장은 대내외 정책 변화에 따라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가 지정학 시대에서 지경학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질서와 규칙이 없는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새로운 표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계에서 지경학이란 표현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수단을 동원한다는 의미로 통한다. 기업들은 이전 집권기에도 관세를 앞세워 중국과 유럽 등을 압박한 트럼프가 두 번째 미국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 노선의 통상 정책이 강해질 것으로 여기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LG전자 또한 최근 내외부 전문가와 협력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각각에 대응하는 '플레이북'을 준비 중이다.
가전 시장에서 LG전자와 경쟁하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점도 조 사장의 위기감을 키웠다. 올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 현장에서도 중국 기업에 대해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 그는 이날 LG전자의 대책으로 △제품 혁신 추진 체계 정비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한계 돌파 추진 △현지화 전략에 맞춘 연구개발(R&D) 등을 제시했다.
조 사장은 치열해진 경쟁과 세계적 물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을 언급하며 질적 성장과 건전한 수익 구조를 위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고민과 치열한 실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담대한 낙관주의자'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에 철저히 준비하고 차분히 대응한다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