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고 등급의 미국 기밀 접근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관련 보안 규정을 지키지 않아 연방 정부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외 지도자들과의 면담 내용, 마약류 복용 등의 사실을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만큼 기밀 접근권을 박탈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머스크의 국가 기밀 보호 규정 위반에 대해 미 국방부 감사관실, 공군, 정보·보안담당 국방부 차관실이 각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군은 최근 머스크에게 높은 수준의 보안 접근 권한 부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정부 기관과의 협업을 위해 민간인이 정부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신청할 수 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운영하면서 미국과 여러 방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중간 수준의 기밀 접근권을 갖고 있었다. 머스크는 2018년 최고 등급의 권한을 신청했고 약 2년 만에 허가를 받아냈다.
NYT는 머스크가 최고 기밀 접근권을 가졌음에도 이에 따른 보안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해외여행을 하거나 외국 지도자를 만나는 경우 면담 내용 등을 정부에 보고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처방전을 받아 마약을 복용한 사실도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머스크는 엑스(X)에 케타민을 처방받아 사용한다고 언급했지만, 3명의 국방부 관계자는 NYT에 "머스크가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러 동맹국도 미국에 머스크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NYT는 "이스라엘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머스크가 민감한 데이터를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난해 초 스페이스X의 인공위성 인터넷망인 '스타링크' 도입에 관한 회의에서 머스크를 '예측 불가능한 인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한 이후에도 계속 기밀 권한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가 정부 자문기구 역할을 담당할 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데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은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누구에게든 기밀 접근 권한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