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없이 큰돌고래 '제주→거제' 옮긴 업체, 항소심서 '유죄'

입력
2024.12.17 15:26
1심 파기, 벌금 200만 원 선고유예
불법 이송 사건, 새로운 법적 해석

해양보호생물인 큰돌고래를 해양수산부 허가 없이 옮기는 행위는 유죄라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형사1부(부장 오창훈)는 17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B업체와 업체 관계자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 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처벌을 사실상 면해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A업체 등 피고인들을 각각 벌금 200만 원형에 처해야 하지만, 범행 동기 등을 봤을 때 참작할 만한 이유가 있다'며 선고를 유예했다.

이들은 2022년 4월 24일 서귀포시 소재 A업체 수족관에 있던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을 경남 거제시 소재 B업체 수족관으로 허가 없이 유통해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A업체는 돌고래쇼를 중단하면서 큰돌고래 2마리를 B업체에 기증했는데, 큰돌고래가 해양보호생물인데도 해양수산부 허가를 받지 않고 이송한 점이 문제가 됐다.

해양생태계법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장관 허가 없이 해양보호생물을 포획·채취·이식·가공·유통·보관·훼손해선 안 된다. 검찰은 큰돌고래 2마리를 다른 곳으로 '이송'한 행위가 이 조항의 '유통·보관'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기소했다.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은 트럭과 배로 큰돌고래를 거제로 실어 나른 것은 이송 행위이지 불법으로 유통·보관한 행위가 아니며, 해수부 허가 사항인 줄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도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큰돌고래를 옮긴 이송 행위가 관련 법률을 위반한 유통·보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매매나 임대차 등을 포함해 이송하는 행위 자체도 유통·보관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이송을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해수부도 장관 허가 대상이라고 밝힌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돌고래 이송의 위법성을 파악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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