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반군과 대화 폭을 넓혀가고 있다. 유엔 시리아 특사는 반군 수장을 "새 행정부 수장"이라고 지칭했고, 유럽연합(EU)도 특사를 파견할 방침이다. 반군을 시리아 공식 정부로 인정하기 전 검증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예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는 전날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수장인 아메드 알샤라(옛 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를 만났다. 알샤라가 이끄는 과도정부의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회담에서 알샤라는 셔츠와 재킷을 입은 채 페데르센 특사를 맞았다. 이슬람 극단주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군복과 터번을 벗고 서방 국가의 평상복을 착용하는 모습을 연출한 셈이었다. HTS와 알샤라는 과거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연을 끊고 '온건 성향'을 표방하고 있다.
페데르센 특사도 알샤라 과도정부에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페데르센 특사는 이날 회담 이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알샤라는) 새 행정부의 사령관"이라며 "신뢰할 수 있고 포괄적인 시리아 주도의 정치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도정부를 '새 행정부'라고 지칭하며 사실상 공식 인정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페데르센 특사는 "시리아 국민에게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럽도 시리아 과도정부와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특사 파견 계획을 발표하며 "(과도정부가) 향후 몇 주 또는 몇 개월간 말이 아닌 행동으로 긍정적 행위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포용적 정부를 표방하는 알샤라가 실제 어떤 정책을 펴는지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다만 칼라스 고위대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다수 (유럽) 장관들은 새 지도부가 (시리아 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EU 회원국들에 향후 긍정적 움직임이 확대되면 대(對)시리아 제재 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는지 검토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