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달리 인공지능(AI) 면접관에게서는 나에 대한 편견이 느껴지지 않아 좋았습니다."
중국 대형 은행들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AI 면접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나섰다. 면접관 개인의 감정 배제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엉뚱한 질문을 반복했다"는 혹평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AI 면접 시스템을 도입·운영하는 중국 은행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행, 공상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상하이은행 등 중국에서 손꼽히는 대형 은행들이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 AI 면접 시스템을 활용했으며, 첫 AI 면접 세대들이 신입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AI 면접은 대체로 필기시험과 최종 대면 면접 중간 단계에서 실시됐다. 지원자가 면접 전 각 회사가 제시한 별도의 AI 플러그인(추가 기능)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해 응하는 방식이었다.
최근 AI 면접을 치른 취업준비생 쉬는 "일반 면접보다 AI 면접관과의 대화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면 면접에서 만족스러운 답변을 못 내놨을 경우 '인간 면접관'은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는 반면 AI 면접관은 충분히 답변할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또 다른 면접자인 리는 "AI 면접관은 편견이 없고 압박을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답변하는 동안 화면 속 사람 형태의 AI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해주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최근 대형 은행 면접을 본 왕은 "(상대가 실제 사람이 아니라서) 마치 나 자신과 대화하는 듯한 어색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고객 관리직에 지원했는데 AI 면접관은 엉뚱하게도 나의 '필체'에 대해 계속해서 물었다"며 AI 면접 시스템의 기술적 한계를 지적했다.
일부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AI 면접 시스템 도입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소프트웨어 전문 공급업체인 욘요우가 최근 발간한 AI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금융 기업의 약 60%가 AI 면접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SCMP는 "AI 면접관은 24시간 안에 최대 2,500건의 면접을 볼 수 있다"며 "채용 기업 입장에선 대면 면접에 비해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