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한동훈이 배신자? 국힘, 8년 전 탄핵서 배운 게 없다"

입력
2024.12.16 11:00
박근혜 탄핵 때 찬성자  '배신자' 낙인
윤 대통령 탄핵안 국면에서도 재현
"조폭도 아닌데 내란 피의자 감싸나"
"계파 갈등에도 분당 가능성은 낮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보수 진영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이) 8년 전 탄핵에서 배운 게 없다"고 비판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친윤석열(친윤)계가 탄핵을 지지한 한동훈 대표를 배신자로 규정한 뒤 거취를 압박하는 상황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은) 반헌법적인 비상계엄과 내란의 피의자가 아닌가"라며 "그렇게 중한 죄를 저지른 대통령을 끝까지 감싼다면 우리가 무슨 조폭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자 당내 친윤계는 당론을 거슬러 탄핵안에 찬성한 한 대표 등을 "배신자"(김승수·권영진 의원) "쥐새끼"(유영하 의원) 등 거친 언사로 비난했다. 결국 한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친윤계와 친한동훈(친한)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분당 가능성은 작게 봤다. 유 전 의원은 "서로 (당을) 나가라고 그러지만 나갈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분열하면 우리 당은 끝장"이라고 진단했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책임론을 둘러싼 갈등으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분열돼 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창당한 바른정당의 실패를 답습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바른정당 대표였던 유 전 의원은 "바른정당은 우리 정당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당이고, 그 뜻은 옳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이 단합해 윤 대통령과 선을 긋고 민심의 편에 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2년 반 동안 국정을 이렇게 하고, 김건희 여사 문제가 이렇고, 비상계엄까지 할 줄 알고 찍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며 "윤석열 탄핵이지 보수에 대한 탄핵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탄핵은 이미 다 끝났는데 아직도 탄핵에 반대한다고 외칠수록 국민의힘은 민심과 더 멀어지고, 더 쪼그라들어서 앞으로 대선이고 총선이고 선거 때 우리가 이길 수가 없다"고 경고했다.

"초상집에서 노래 부를 수 없어" 차기 대선엔 신중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대선 시간표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 주자로 부상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유 전 의원은 "민주당의 일부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 말고 중도층 상당수는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데 대해 굉장히 불안해한다"면서 "국민의힘이 철저히 반성하고 검증된 후보를 내놓을 수 있으면 이 대표가 뭐가 무섭나"라고 반박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유 전 의원도 차기 주자로 거론된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게 이틀밖에 안 됐다"면서 "지금 초상집에서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 누구든 차기 대선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헌법재판소에서 심판 결과가 나오면 그걸 보고 (출마 여부 결심을) 하겠다"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