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했다. 국군통수권과 조약 체결·비준권, 인사권 등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이어받은 한 권한대행은 1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한 치의 국정 공백도 있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헌법·법률에 따른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마지막 소임이자 가장 중대한 임무라고 믿고,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대행이 첫 일성으로 언급했듯 대한민국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더 강해져 일어났다. 12·3 불법 계엄 사태로 경제는 물론 국방·외교까지 만신창이가 됐다. 이제 강한 회복력을 보여 줄 때다.
국정운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역할이 중요하다. 이재명 대표가 15일 한 권한대행에 대한 국회 탄핵 절차를 밟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불확실성 제거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공석인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 인선을 통해 국가 안보, 치안 공백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두 부처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되는 등 고위직 다수가 불법 계엄 사태에 연루되면서 지휘부 공백 상태다. 여야와 정부가 뜻을 모아 적합한 인사를 구하는 건 탄핵 정국을 신속히 수습하는 길이기도 하다.
경제 불확실성 해소도 발등의 불이다. 외환보유액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지면 국가 신용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매달 말 공개되는 외환보유액은 11월 말에도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치에 미달하는 4,153억 달러였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외교 역시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 내달 10일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국 패싱’만큼은 막아야 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북한 관련 사안을 담당할 특별임무대사에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대사를 임명하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즉각 대화에 나설 태세다. 안보는 물론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다. 국회·정부는 물론 민간까지 참여해 범국가적 대응 전략을 치밀하게 마련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서둘러 대화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가 국가 위기 앞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보이는 게 요구되나 한 대행체제 출범부터 삐걱대는 모습은 유감이다. 민주당 이 대표가 “국회·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정부도 호응했지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벌써 여당 된 것처럼 행동한다"며 민주당 제안을 거부했다. 당정협의를 통해 책임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도 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까진 명목상 여당일지 모르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정권 유지나 탈환보다 더 중요한 게 국가적인 불확실성 제거와 국정 안정이다. 여야의 대승적 협력으로 국제사회에 민주주의와 국가 회복력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