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서 한동훈 대표가 한 말이다. 이 발언은 한동훈 지도부 붕괴로 이어지는 트리거가 됐다. 1호 당원인 윤 대통령 탄핵에도 책임이 없다는 듯한 태도에 여당 의원들의 격분이 이어졌다.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의총은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오후 5시부터 열렸다.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은 격앙된 상태였다. "한동훈 어딨어" "한동훈 불러와" 등 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태도였다. "너네 다 탈당해 제명은 안 돼"라며 탄핵에 찬성한 비례대표 의원들을 향한 극언도 쏟아졌다.
당 대표실에 머물던 한 대표는 오후 6시45분쯤 의총장으로 이동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어차피 탄핵될 거 다 예측했던 거 아니냐"며 "이번에 안 돼도 어차피 다음엔 됐을 거다. 제게 왜 이러시냐"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이에 의원들은 "당신만 아니면 막을 수 있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탄핵이 될 건 나도 예측했다"면서 "그런데 탄핵이 되면 한 대표도 물러나는 게 예측된 거 아니냐. 사퇴해라"고 압박했다. 한 대표는 "저는 이미 당 대표로서 제 의견을 며칠 전부터 얘기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의총 참석 약 10여분 뒤 의총장을 나와 취재진에게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한동훈 지도부'의 붕괴는 친한동훈(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부터 시작됐다. 애초 장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의총에 참여하기 전 "제가 책임을 지겠다. 책임지는 방법은 다음에 말씀 올리겠다"고 의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한 대표의 거취 표명 이후 자신이 사퇴하는 게 정치적 도리에 맞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한 대표가 "탄핵 투표 제가 했느냐"고 의원들에게 되묻자,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장 최고위원은 한 대표 퇴장 직후 의총장 단상에서 "제가 월요일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다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다. 사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후 김민전 인요한 진종오 최고위원이 차례로 사의를 밝혔고, 원외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리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된 것이다. 다만 한 대표는 이날 오전까지 명시적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당내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재선 권영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 한동훈은 더 이상 우리 당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며 "당 대표직에서 당장 물러나게 하고, 당을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초선 이상휘 의원은 "한 대표의 그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절망했다"며 "명료한 것은 신념과 소신으로 위장한 채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그런 이기주의자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한 대표 발언을 듣고 모든 의원들이 경악했다"며 "싸이코패스 꼴통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