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WKBL) 용인 삼성생명의 한국계 가드 키아나 스미스(25)의 ‘코리안 드림’이 영글어 가고 있다. 데뷔 3년 차에 리그 정상급 스타로 빠르게 성장 중이며, 특별귀화 절차도 막바지에 이르러 어머니의 나라 국가대표를 눈앞에 뒀다.
10일 경기 용인 삼성생명휴먼센터트레이닝센터(STC)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스미스는 “첫 시즌 때 무릎을 다쳐 절반도 못 뛰었고, 두 번째 시즌엔 중간에 합류해 한 시즌만 뛴 느낌”이라며 “이제 리그와 부상 후 내 몸 컨디션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몸 상태는 70% 정도”라면서 “세 번째 시즌은 건강하게 뛰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스미스는 2022년 W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였던 할아버지와 대학 농구 코치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농구를 시작했고, 미국 루이빌대학에서 팀을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디비전1 4강으로 이끈 유망주 출신이다.
스미스는 2022~23 데뷔 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냈지만 17번째 경기에서 무릎을 크게 다쳐 일찍 시즌 아웃됐다. 왼쪽 무릎 슬개건 파열 진단을 받아 재활에서 복귀까지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큰 부상이었다. 2023~24시즌 중 돌아온 그는 신인상과 식스우먼상, 3점 야투상을 휩쓸었다.
이번 시즌은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준비했다. 다만 하상윤 삼성생명 감독은 시즌을 길게 보고 스미스의 출전 시간을 조절하고 있다. 그런데도 12경기(11일 기준)에서 평균 27분 14초만 뛰며 12.2점(6위)을 넣었다. 출전 시간만 30분 대로 늘린다면 득점 2위 부산 BNK 김소니아(35분 35초·14.23점)까지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
스미스는 “투지가 강해서 경기를 뛰다 보면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든다”면서도 “40분 풀타임을 뛸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몸 상태에 따라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가 정해주는 대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대일 공격에 강점을 보이고, 빠른 슛 타이밍으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그는 “공격할 때 경쟁력을 느끼지만 수비와 리바운드 부분은 더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4~25시즌은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적기다. 리그 간판 스타 박지수(전 청주 KB스타즈)와 박지현(전 아산 우리은행)의 해외 진출로 춘추전국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개막 4연패로 출발했지만 이후 7연승을 거둬 정상 궤도에 올랐다. 스미스는 “위협적인 선수가 없는 건 우리 팀에 분명 기회”라며 “그들이 천천히 돌아왔으면 한다”고 웃었다.
팀 우승만큼 중요한 건 태극마크다. 스미스는 현재 법무부 국적 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 대기 상태로, 특별귀화 마지막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우수한 기량도 입증한 만큼 빠르면 내년 한국 국적을 취득할 가능성이 높다.
스미스는 “긴 여정이었다”며 “마지막 인터뷰가 남았으니까 더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기뻐했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계속되는 미국 3x3 농구 대표팀의 러브콜을 뿌리쳤다는 스미스는 “한국 국가대표가 목표라 거절했다”며 “태극마크를 달고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한국 생활은 이미 완벽히 적응했다. 쉬는 날 버스, 지하철을 타고 친구들을 서울에서 만나고 식당도 혼자 가서 음식을 주문한다. 한국 음식에 스며든 나머지 비시즌 미국에서 된장찌개 같은 국물이 그렇게 생각난다고도 한다. 한국말은 선생님을 자처한 통역 류해림씨와 정지연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늘고 있다.
한국 이름은 ‘최은주’로 미리 정했다. 외할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라 애착이 크다. 스미스는 “소속팀에서는 익숙한 ‘키아나’, 대표팀에선 할머니가 좋아하는 ‘최은주’ 이름을 쓰고 싶다”며 “귀화 후 다른 좋은 이름이 제안 오더라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나한테 할머니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