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본' 첫 합동 수사 '김용현 비화폰' 확보… 경찰청장·서울청장 동시 구속 임박

입력
2024.12.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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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폰 계엄 실체 밝힐 중요 증거물
국수본은 조지호·김봉식 영장 신청

'12·3 불법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첫 합동 압수수색에 나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당일 사용했던 보안 처리된 비화폰을 확보했다. 공조본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방부 조사본부(군사 경찰)의 수사 협의체다. 아울러 국수본은 계엄 선포 후 국회를 통제해 내란에 동조한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4만 경찰 수장과 수도 서울 치안 책임자의 '동시 구속'이란 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합동 수사 첫 결과물

국수본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12일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국방부, 수도방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 대상은 김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당일 사용했던 보안 처리된 비화폰과 그 통화내역이 기록된 서버였다. 앞서 국수본은 전날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본을 편성키로 했는데 이날 합동 수사가 첫 결과물인 셈이다.

김 전 장관의 비화폰은 계엄 당일인 3일 밤 김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군 수뇌부의 구체적인 통화 내역이 담겨있어 불법계엄 사태의 실체를 밝힐 중요한 증거로 꼽혀왔다. 국수본과 국방부 조사본부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통화기록을 채증장비 등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공조본은 이날 실무협의회를 갖고 업무 분담 등 구체적인 수사 방식도 논의했다. 국수본과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각자의 영역에서 수사를 이어가되 필요시 협의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군 검찰 인력들을 파견받아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를 꾸린 검찰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게 공조본 방침이다.

계엄 당시 상황 재구성

국수본은 이날 조지호 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경찰 지휘부를 향한 수사에도 바짝 속도를 내고 있다. 두 사람이 계엄 선포 약 3시간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대통령 안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사전에 계엄 관련 지시사항을 하달 받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당시 그 자리엔 김용현 전 장관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기존 조 청장의 국회 진술이 거짓말로 드러나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5일 국회에 출석해 "계엄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고 답했다. 최고위 간부가 동시 구속될 위기에 경찰 내부는 술렁이고 있지만 국수본의 신속·엄정한 수사를 독려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아울러 국수본은 이날 이틀째 대통령실에 대한 자료 확보에 나서는 등 계엄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수본은 전날 대통령실 경호처에 이어 이날은 계엄사령부 관련 자료를 합동참모본부(합참)로부터 임의제출 받았다. 합참은 대통령실 경내에 있으며, 합참 지휘통제실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부가 설치됐던 곳이다. 압수수색이 아닌 전날 확보하지 못한 자료 등을 추가로 제출받는 방식이어서 이날 별다른 충돌이나 대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