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노후대비가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으로 '4층 연금' 완성

입력
2024.12.15 12:00
18면
<42>은퇴생활의 보루, 주택연금
은퇴 연령 대부분 자산이 부동산에 몰려
계속 주택 거주하며 평생 연금지급 장점
일찍 사망하면 차액은 자녀 상속도 가능

편집자주

※누구나 부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꿈만으론 부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풍요로운 노후의 삶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이 부자 되는 노하우를 2주에 1번 찾아와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은 결심만 하시면 됩니다. 부자될 결심!

‘보루’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돌, 콘크리트 등으로 단단하게 쌓은 성이나 요새 같은 구축물을 의미합니다. 일상에서는 ‘최후의 보루’, ‘마지막 보루’ 등 마지막까지 반드시 지켜야 할 대상에 비유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안정적인 은퇴생활을 위해서는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연금입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까지 소위 3층 연금제도만 잘 활용해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노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층 연금제도가 운영돼 온 세월에 비해 대다수 사람들의 노후준비는 괜찮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실물자산, 그것도 거주하는 주택에 치우쳐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 가구주 자산구성에서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은퇴에 임박한 50대가 74.6%, 60대 이상은 81.2%로 압도적입니다. 금융자산은 50대가 1억5,589만 원, 60대 이상이 1억976만 원인데, 이 중 저축액은 각각 1억2,613만 원과 9,258만 원에 불과해 은퇴생활에 쓸 수 있는 금융자산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자산 내 비중이 높은 부동산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거주하는 주택을 활용해 연금을 만드는 은퇴생활의 보루 ‘주택연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내 집에 살면서 평생 받는 주택연금

거주 주택을 활용해 현금흐름을 만드는 일반적인 대안은 현재 주택의 규모를 줄이거나 가격대가 낮은 지역으로 이전해 차액을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익숙한 기존 지역에 살고 싶은 욕구도 있고, 차액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시 현금흐름 부족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가구자산 구성의 특성을 감안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지 않고도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가 바로 ‘주택연금’입니다.

주택연금이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내 집에 살면서 평생 동안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증하는 제도입니다. 부부 중 한 명이라도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의 주택 또는 주거 용도의 오피스텔을 가졌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는 부부 소유 주택의 공시지가 합산 가격이 12억 원 이하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주택연금은 올해 9월 기준 누적가입자 수가 1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가입자 수 증가세가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꾸준하게 늘어가는 모습입니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의 가입자 증가수가 이미 전년 실적을 넘어설 정도로 다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자녀들에게 주택을 상속하기보다 본인의 노후자금으로 우선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주택연금,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주택연금 가입 시 주택을 담보로 매월 받는 연금 지급액은 소유 주택의 가격과 가입 시점의 연령에 따라 결정됩니다. 기준이 되는 주택 가격은 공사에서 인정하는 시세를 적용합니다. 아파트의 경우에는 한국부동산원 시세, KB시세(KB국민은행이 제공하는 부동산 시세)를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아파트 이외에 인터넷 시세가 없는 주택과 오피스텔은 감정기관의 감정평가를 통한 시세가 적용됩니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주택연금 코너에 가보면 대략적인 월지급액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예시(올해 3월)에 따르면 △종신지급 방식으로 △70세에 △공시가격 3억 원짜리 일반주택으로 △정액형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월지급금은 88만6,000원입니다. 주택연금은 평생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 연령은 부부 중 연소자 나이를 기준으로 합니다. 주택가격이 동일하다면 연령이 높을수록 연금 수령기간이 줄어들게 되니 주택연금 월지급액이 많아지고, 연령이 낮을수록 연금 수령기간이 늘어나 월지급액이 줄어드는 구조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주택연금이 가지는 장점

①평생거주, 평생지급. 거주하는 주택을 주택연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했어도 평생 동안 가입자는 물론 배우자까지 거주를 보장해줍니다. 또한 부부 중 한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도 감액 없이 동일한 연금 지급을 보장해줍니다. 나이 들수록 익숙한 생활 환경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현재 주거지에서 계속 사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이 들고, 주변 지인과의 관계를 지속하기에도 좋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주택연금은 거주 이전 없이 동일한 연금을 받으면서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②국가보증. 안정적인 은퇴생활을 위해 연금은 예측가능성이 중요한데요. 주택연금은 연금 지급을 국가가 보증해주므로 연금 지급이 중단될 위험이 그만큼 낮습니다.

③합리적인 상속. 주택연금을 너무 오래 받으면 대출 금액이 많아져 나중에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부 모두가 사망한 경우 그때까지 받은 연금액이 집값을 초과해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반대로 너무 일찍 사망하면 남는 집값이 있어도 못 받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주택연금은 대출을 상환하고 집값이 남으면 모두 상속인에게 돌아갑니다. 생전에는 주택연금을 은퇴생활비로 활용하니 자녀들이 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 부담을 덜 수 있고, 남는 금액은 상속까지 받을 수 있으니 매우 합리적인 상속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④각종 세제혜택. 가입 시 저당권을 설정할 때 등록면허세 등 관련 세금을 감면해주고, 이용 기간 동안 연간 200만 원까지 대출이자 비용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어 생활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세제혜택은 관련 법 개정으로 바뀔 수 있으니 수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신탁방식 주택연금과 주택연금 전용계좌

일반적인 저당권 방식 주택연금의 경우 가입자 사망 시 배우자가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자녀 등 공동 상속인의 동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부모 자식 간에 그러면 안 되겠지만 종종 상속분쟁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21년부터 신탁방식 주택연금이 도입됐습니다. 신탁방식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주택에 신탁등기를 해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의 보증입니다. 신탁계약에 따라 주택 소유자 사망 후 공동 상속인 동의 절차 없이 배우자에게 주택연금이 자동으로 승계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저당권 방식에서 전세를 준 주택은 주택연금 가입이 어려우나, 신탁방식은 주택 소유권과 임대차 보증금이 수탁자인 공사로 이전돼 채권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에 거주 공간 외 유휴공간 임대로 추가 소득 창출이 가능합니다.

주택연금 지킴이 통장으로 불리는 주택연금 전용계좌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주택연금 전용계좌란 주택연금 월지급금 중 민사집행법상 최저생계비 월 185만 원 이하 금액만 입금되며, 입금된 금원에 대해 압류가 금지돼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주택연금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신청 가능하고, 주택연금 월지급금이 185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주택연금 전용계좌(주택연금 지킴이 통장) 및 일반계좌 둘 다 주택연금 수령 계좌로 등록해서 이용하면 됩니다.

4층 연금으로 든든한 노후준비

3층 연금에 주택연금까지 활용하면 '4층 연금'이 됩니다. 3층 연금만으로 안정적인 은퇴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주택연금은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노후 준비를 보완해주는 또 하나의 연금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가입시점에 연금액이 확정되므로 가입 이후 집값이 떨어져도 생활비 조달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주택연금을 잘 활용하면 여러분들의 노후생활이 좀 더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