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 경고용? "문 부수고 의원들 끄집어내라" 지시한 건 尹이었다

입력
2024.12.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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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 패악 알리기 위한 경고 계엄?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 발동, 자기부정
尹 의원 체포 지시, 국회 장악 증언 속속


윤석열 대통령이 12·3 불법 계엄 사태는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12일 강변했다. 국회에 685명 계엄군을 출동시킨 것을 두고는 시민들 안전을 우려한 "질서 유지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막기 위해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현장 지휘관들의 증언과 증거가 속속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란 비판이 나온다. 향후 검찰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 '내란 수괴' 혐의를 덜어내기 위해 윤 대통령이 방어 논리 구축에 나섰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에 계엄군 투입은 헌법적 틀 안에서 이뤄진 '비상조치'였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면 주말에 계엄을 발동하지 않았겠느냐. 건물에 대한 단전 단수조치도 하지 않았고, 국회 관계자의 출입을 막지 않았다"고 항변하며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란 게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자신은 야권에 경고만 하고 계엄을 끝내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계엄과 동시에 발동한 포고령에서 '국회와 정당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적시해놓은 만큼 윤 대통령의 경고성 계엄 발언은 그 자체로 '자기 부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현장 지휘관들의 증언 역시 정면으로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계엄 해제를 막아서기 위해 적극적으로 입법부 장악을 시도했다. 군과 경찰 수뇌부에 의원들 체포 지시를 직접 내리며 현장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의사당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공포탄을 쏘거나 전기를 끊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문을 강제로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이 다치고 그 자체로 법 위반 사안이라 옳지 않다고 판단해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혈사태를 우려해 윤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조지호 경찰청장 역시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3일 밤에 받았지만 실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尹 국회 진입한 계엄군에 직접 군사 지휘


계엄군이 실무장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시민과 의원들을 에워싼 모습이 고스란히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국회 출동 당시 특전사 소속 707 특임대가 당시 산탄총과 폭발물을 휴대하고 있었다는 증거 사진도 공개됐다.

윤 대통령의 입법부 장악 지시는 국회의원 체포부터 강제 구금까지 포함됐다. 국군 방첩사령부는 이재명, 한동훈 등 여야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 체포 대상 리스트를 홍장원 국가정보원 전 1차장 등 정보기관과 군, 경찰에 공유한 데 이어 체포된 의원들을 강제 구금하려 국방부 등 관계기관 시설 확보에 나섰다는 정황이 파악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본인이 주도적으로 군사 지휘를 내린 '의원 체포조 지시'에 대해선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으로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3일 밤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군과 경찰은 입법부 장악을 위한 군사 행동을 지휘한 우두머리로 윤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