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3 불법계엄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내란 수괴'로 지목됐다. 역대 대통령 중 내란죄가 적용된 유일한 사례인 '전두환·노태우 내란죄 사건'에선 신군부를 지휘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제외한 핵심 가담자들은 모두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 받았다. 윤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군 관계자들과 경찰 지휘부, 국무위원들에게 적용될 내란 관련 구체적 혐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장관에게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제87조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에게 적용된다. 크게 ① 우두머리(내란 수괴) ②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임무에 종사한 자 ③ 부화수행(줏대 없이 다른 사람 주장에 따라 행동함)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로 구분해 처벌한다.
계엄을 건의했다는 김용현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은 '우두머리'가 윤 대통령이라는 의미다. 우두머리는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만 선고할 수 있다. 모의에 참여하거나 중요임무를 맡으면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진다. 동조한 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가 법정형이다.
1997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전두환의 내란·반란죄 수괴 혐의' 사건의 경우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우두머리로 지목됐다. 대법원은 1979년 12·12사건을 군사반란으로 규정했으며, 1980년 5월 17일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부터 다음해 1월 24일 비상계엄이 해제되기까지의 사건들을 '수괴'인 전 전 대통령에 의한 범죄로 봤다.
특히 전 전 대통령 주도로 일어난 1980년 5월 17일 신군부의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가 내란죄 구성요건 중 폭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음 날부터 국회의사당을 병력으로 봉쇄한 것은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국헌 문란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계엄 전후 이뤄진 내란의 모의 과정을 짚으며 가담자들의 공모 혐의를 인정했다.
법원은 "전두환은 내란수괴 및 반란수괴로서, 노태우(당시 수도경비사령관)·유학성(3군 사령관)· 황영시(육군참모차장)·차규헌(수도군단장)·허화평(보안사령관 비서실장) 등은 내란 및 반란 모의에, 이희성(계엄사령관)·주영복(국방장관)은 내란 모의에 참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관련 모의를 주도한 전 전 대통령을 제외한 주요 가담자들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주요 피고인들 모두가 단순 동조 차원을 넘어 적극 가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이 모두 국헌 문란 목적을 함께 가지고 개별적 또는 순차적으로 모의해 내란 집단을 형성했고,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계기로 내란을 실현시키려 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전두환 사례'에 비춰보면 12·3 불법계엄 사태의 주요 가담자에게도 김 전 장관처럼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적용될지 주목된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을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투입을 주도한 군의 핵심 관계자들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어디까지 의논을 했는지 여부에 따라 책임의 경중이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