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A씨는 최근 신청하지도 않은 신용카드가 배송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A씨는 카드 배송원이 알려준 카드사 번호로 전화했는데, 상담원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명의가 도용된 것 같다고 안내했다. 상담원이 보내준 한국소비자보호원 피해 구제 앱을 설치했더니 곧이어 금융감독원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금감원 직원은 "해당 계좌가 범죄에 이용돼 B지검에서 수사 중"이라며 "범죄 혐의를 벗기 위해선 대출중개업체를 이용해 정상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을 B지검 검사라고 소개한 C 역시 A씨에게 전화해 "시키는 대로 협조하면 약식으로 수사하겠다"라며 "수사는 절대 기밀이니 어디에도 알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A씨는 대출중개업체로부터 5,000만 원을 빌린 뒤 금감원 직원이 안내한 계좌로 자금을 입금했다. 하지만 그 이후 금감원 직원, 검사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제야 A씨는 이 모든 것이 보이스피싱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금감원은 최근 고령층을 대상으로 신용카드가 잘못 발급됐다며 접근한 뒤 범죄 연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대출을 받게 하고, 이를 편취하는 보이스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10일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은 카드 배송원, 카드사 상담원, 금감원 직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정교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다단계에 걸쳐 피해자를 기망하고 있다. 이들은 범죄 연루, 구속 수사 등을 언급하면서 피해자의 심리를 압박한 뒤 자산 보호 절차를 내세우면서 대출을 종용하거나 자산을 특정 계좌로 이체하도록 지시했다.
금감원은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 주소(URL)는 절대 클릭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금감원, 검찰청 등 통화한 직원의 이름, 소속, 직위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뒤 소속 기관 홈페이지의 대표번호로 전화해 해당 직원의 연결을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가기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금 조사, 자산 보호 등을 명목으로 국민에게 금전을 요구하거나 대출을 받도록 유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