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사망 1명 실종 경주 어선 사고…탈출 겨를 없어 인명 피해 커졌나

입력
2024.12.0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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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새벽에 대형 모래선과 충돌
8명 중 7명 모두 배 안에서 발견돼
순식간에 배 뒤집혀 탈출 못한 듯
포항해경, 졸음 운항 등 다각도 수사

경북 경주시 앞바다에서 가자미를 잡고 귀항하던 어선이 모래 운반선과 충돌해 전복되며 7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해경은 컴컴한 새벽에 순식간에 배가 뒤집혀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선박 항적 기록과 모래 운반선 선장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9일 포항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3분쯤 경주 감포읍 감포항 남동쪽 약 6㎞ 해상에서 29톤급 어선 금광호와 456톤급 울산 선적 모래 운반선 태천2호가 충돌했다. 오전 5시 57~59분 구조 인력과 장비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으나 금광호는 완전히 뒤집힌 채 배 앞부분만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였다.

본격적인 구조 작업에 나선 해경은 오전 6시 49분쯤 조타실에서 한국인 선장 A씨를 처음 발견했다. 이후 오전 9시 16분까지 선실 입구, 선미 취수장, 기관실 등에서 한국인 기관장과 선원, 인도네시아인 선원 4명 등 6명을 차례로 찾아냈다. 이들은 발견 당시 모두 심정지 상태였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해경은 아직 실종 상태인 인도네시아인 선원 1명이 선내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탈방지망으로 금광호를 둘러싸 포항시 양포항으로 인양을 마치면 정밀 수색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구조 작업과 함께 사고 원인 파악에도 돌입했다.

해경은 충돌 사고가 일어난 시간이 보통 조업을 마치고 귀항하며 선원들이 수면을 취하는 새벽인 데다 사망한 7명이 선내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배가 순식간에 뒤집힌 것으로 보고 있다. 새벽 시간대라도 정상적으로 조업하는 동안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선원 일부는 선실 등에서 빠져나와 전복된 배 위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을 가능성이 있었다. 여기에 두 선박의 무게 차이가 10배 이상이라 충돌 당시 소형 어선인 금광호가 받은 충격이 큰 것도 선내에서 탈출이 쉽지 않았던 이유로 추정된다.

충돌 원인에 대해서는 전방 주시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졸음 운항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각도로 조사할 방침이다. 통상 육안으로 전방 확인이 쉽지 않은 한밤중이나 짙은 안개가 꼈을 때는 레이더, 위성항법시스템(GPS), 선박자동식별장치(AIS) 같은 항해·무선장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AIS는 주변 선박의 속력, 위치 등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장비다. GPS 정보와 결합하면 주변 선박과의 거리, 충돌 가능성 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금광호가 양포항에 도착하는 대로 정밀 수색에 돌입할 것"이라며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는 항적 기록을 바탕으로 모래 운반선 선장 등을 불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주=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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