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방첩사령부가 여인형 사령관 지시로 지난달 계엄 선포 대비 계획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건에는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권한은 물론이고, 과거 발표된 계엄포고령도 첨부돼 있었다. 추 의원은 3월부터 비상계엄 준비가 이뤄졌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추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첩사 비서실이 여 사령관의 직접 지시로 '계엄사-합동수사본부 운영 참고자료'를 작성해 지난달 여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결심받은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참고자료는 △계엄선포 △계엄법·계엄사령부 △합동수사기구 △기타 고려사항으로 구성됐다. 각 항목은 다시 법령 체계와 주요 쟁점 사항으로 나뉘었다.
눈에 띄는 것은 계엄선포 부분이다. 해당 자료에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 시 대통령 거부 권한'을 주요 쟁점 사항으로 꼽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계엄 해제를 요구할 경우, 대통령은 거부 권한이 없다'고 했다. 추 의원은 이를 두고서 "방첩사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권한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검토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계엄사령부 직제령과 관련해서는 '계엄사령관에 육·해·공군 총장이 임명될 수 있는지'를 쟁점으로 지목했다. 이에 자료는 합참의장이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각 군 총장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병존하고 있다면서도 '계엄사령관은 장성급 장교 중 임명토록 돼 있어 법적 문제는 없다'고 했다. 실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김명수 합참의장보다 서열이 낮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다. 합참의장 배제를 사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보고서 말미에는 1980년 5월 17일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이 발표했던 계엄포고령도 첨부됐다. 이 포고령 말미에는 '본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체포·구금·수색하며 엄중 처단한다'고 쓰여 있다. 추 의원은 박안수 사령관 명의로 발표한 포고령이 전두환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직후인 1980년 내린 포고령을 참고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외에 계엄사령관이 특별조치권에 따라 '긴급한 상황'인 경우 체포, 구금, 압수, 수색 등을 할 수 있다는 계엄법 내용도 설명돼 있다. 계엄과 통합 방위 동시 발령을 검토하는 등 북한 도발 대응까지 염두에 둔 듯한 대목도 문건에 기재돼 있다.
추 의원은 "여 사령관에게 자료가 보고된 것이 지난달이라면 상당 기간 전부터, 아마 올해 3월부터는 이미 준비하라는 명령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란 사전 준비 계획이 명확히 확인된 만큼, 이를 기획하거나 실행에 관여한 책임자들은 내란행위로 탄핵·처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첩사 관계자는 추 의원이 발표한 문건에 대해 "작년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또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대비해 전시 전환 절차에 참고하기 위해 계엄업무실무편람 등을 참조해 요약한 자료"라며 "당시 여 사령관에게 별도로 보고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