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 중국의 시선도 집중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한국 민주주의 체제의 혼란상을 드러낸 사태'로 언론에서 다뤄지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 내에선 '반(反)중국파'로 인식되는 윤 대통령이 물러나게 될 경우, '한중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7일 관영 중국중앙(CC)TV는 지난 4일 한국 6개 야당이 공동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관련,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부터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기권, 탄핵안 폐기 등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여당(국민의힘)의 저지로 탄핵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며 △11일 탄핵소추안 재제출 △14일 표결 등 향후 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관영 매체들은 탄핵 찬성·반대 집회와 당파 싸움 등의 혼란상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중국신문망은 '한국의 정치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계엄 위기는 한국 정치의 극단적 대립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평가했고, CCTV도 "윤 대통령 퇴진 여부와 상관없이 여야 간 갈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갈등은 정치 이념과 정책 노선 차이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는 샹하오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의 분석을 전했다.
중국은 과거 미국 대선 때에도 공화당과 민주당 간 대립·갈등에 주목하는 보도들을 쏟아냈다. 대립이 빈번한 서방식 민주주의의 단면을 보여 주며 '중국공산당 1당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한국의 이번 탄핵 정국과 관련한 중국 매체들의 접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중국 정부의 논평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눈에 띄는 것은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한중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민주당이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 노선을 취해 왔다며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정권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은 중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앨런 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SCMP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면 중국은 한국을 더 가깝게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 신화통신 산하 참고소식은 8일 '중국을 적대시하고 일본을 가까이 한 윤석열 탄핵안 세부 내용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도 게재했다. 한국 야당들이 공동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윤 대통령이)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집했다"는 대목이 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대(對)미국·대일 외교만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정책 노선과 '탄핵 민심'도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