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가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후폭풍과 관련해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제목으로 실린 기고문에서 차 석좌는 "현재 식별 가능한 유일한 결과는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지만, 시점과 과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국과 미국, 전 세계가 큰 경제·정치적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핵 6자회담 미 측 차석대표 등을 맡았던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차 석좌는 "한국이 정치적 위기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이런 위기들은 민주적 강인함을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끝나곤 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70% 이상이 윤 대통령을 내쫓기를 원하지만 여당은 아직 야당의 탄핵 요구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며 "빠른 해결책이 없다면 시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석좌는 "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정치적 혼란 속에 2차 계엄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민주주의에 '지독한 영향'(dire implications)을 미칠 것이고, 미국과의 외교 관계에서도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차 석좌는 "2차 계엄 선언은 워싱턴이 한국 대통령을 상대로 손을 대도록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민주적 가치와 자유를 자신의 집권기 동안 세계에서 한국이 맡을 역할의 주제로 삼아왔다는 건 아이러니"라며 "그는 국내에서 가장 비(非)민주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