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론 계엄군에 '국회의원을 다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적극적으로 막으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JTBC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계엄군 2명의 육성 증언을 5일 공개했다. 계엄군들은 당시 임무도 모른 채 국회로 출동했고, 한동안 명령이 내려오지 않아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계엄군들은 계엄령 선포 직후인 3일 오후 10시 30분쯤 비상 소집됐고, 오후 11시쯤 국회의사당으로 출발했다. 계엄군 A씨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말도 없이 국회로 갔다"며 "뭔지 모르고 그냥 가라고 해서 갔다"고 말했다.
김선호 국방차관은 전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실탄 지급은 없었다고 들었다"고 밝으나 계엄군으로 투입된 707특수임무단(특임단)은 실탄을 소지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A씨는 "우리는 방탄조끼와 실탄을 안 들고 갔는데 707(특임단)이 들고 갔다"고 언급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보에 근거해 "계엄령 발표 직후 실탄도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며 "707특임단은 샷건, 소총, 기관단총, 야간투시경, 통로개척장비 등을 갖췄고, 저격수들도 배치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계엄군들이 국회에 도착한 뒤에도 한동안 임무는 하달되지 않았다. 또 다른 계엄군 B씨는 "아무 명령도 없이, (국회) 안에 가서 멀뚱멀뚱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참 뒤 계엄군들에게 내려온 임무는 "국회 무력화"였다고 JTBC는 보도했다. 계엄군 A씨는 "부대장들이 다 임무를 준 것이 일단 '국회의원들 다 끌어내라'(였다)"고 전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으면 이런 의결이 가능했겠나. (국회의) 권한을 막으려고 마음먹었으면 충분히 막았을 것"이라며 국회 봉쇄 의도가 없었다는 식으로 말했으나 사실은 달랐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계엄군들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고, 계엄군들은 그 상황을 부끄러워했다. B씨는 "(우리는) 전부 다 등신이었다"고 말했고, A씨는 "막 뺨 맞고 밀렸다"고 떠올렸다. JTBC는 "(계엄군들이) 45년 전 선배들이 고통받았고 오랫동안 안 좋았던 부대 이미지를 다시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모든 것이 허사가 될까 두려웠다고 고백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