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정선거' 진짜 믿었나… 계엄군이 선관위부터 치고 들어간 이유는

입력
2024.12.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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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에 297명 투입… '정보관리국' 향해
김용현 "부정선거 의혹 제기, 시설확보 하려"
앞서 "선관위 내에 '사전 프로그램' 개발팀" 주장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담화문 발표를 끝낸 시점(밤 10시 29분)으로부터 1분 뒤인 10시 30분에 계엄군 10여 명이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등장했다. 중앙청사를 포함한 세 곳의 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군인은 국회(약 280명) 투입 인원보다 많은 297명으로, 최초 투입 시점도 국회보다 더 빨랐다.

선관위는 국회처럼 독립된 헌법기관이라 계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도 계엄군이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그 배경을 두고 윤 대통령에게 직접 계엄을 건의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4·10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거론하고 나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김 전 장관은 5일 한 언론과 주고 받은 메신저 인터뷰에서 선관위 출동 이유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설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부 극우 보수 유튜버들이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계엄군을 통해 강제 수사에 나서려 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이날 중앙선관위에 투입된 계엄군의 동선을 보면 김 전 장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계엄군은 선관위 도착 즉시 ‘정보관리국’으로 향했는데, 24시간 운영되는 통합관제실을 장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관리국은 선거정보 등과 관련된 데이터와 서버를 관리하는 곳으로, 4·10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일부 보수단체들로부터 수사 대상으로 지목돼왔다. 실제 4·10 부정선거 수사촉구대책위는 관련 의혹으로 선관위 정보관리국 정보운영과 직원들을 고발했고, 과천경찰서가 지난 7월 이들을 조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결과를 두고 부정선거가 작동했다는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윤 대통령이 진지하게 검토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쿠데타 세력이 선관위에 들어가려고 했던 건, 선관위에 있는 데이터 같은 것을 어설프게 조작해놓고 '봐라 부정선거다' 하려던 것"며 "(지난 대선 당시에도) 부정선거쟁이들이 후보(윤 대통령) 주변에 꼬이고, 제가 막아 세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아느냐. 부정선거쟁이들이 2020년부터 보수진영을 절단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진행된 비상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4·10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한 보수단체 대표가 선관위 정보관리국 정보운영과에서 담당자 6명의 프로그램으로 모든 의혹을 간단하게 풀 수 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며 “윤 대통령이 이런 분들의 유튜브 동영상을 봤고, (그런) 주장에 상당히 경도돼 있다라고 하는 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계엄군이 실제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엄이 장기화됐다면 실제 관련 정보가 반출돼 강제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계엄 당시 선관위에서 반출된 물품은 없다"면서도 "정보관리국 컴퓨터에 대한 부분은 다시 한번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계엄군이 진입한 것에 왜 항의하지 않느냐는 야당의 지적에 "(저 역시) 헌법적으로 과연 계엄법상 맞는 것인지 굉장히 의문이 있다"며 "선관위는 계엄법 대상도 아닐 뿐더러, 계엄이 이뤄진다고 해서 (선관위) 업무를 (계엄사에) 이관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극우 음모론에 중독된 윤석열 대통령과 내란 주동자들이 과대망상의 판타지를 실현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하며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즉시 체포해 내란죄로 수사하고 탄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