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타려다 자충수"…비상계엄 후폭풍에 대왕고래·체코원전은 최대 위기

입력
2024.12.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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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발표한 동해 심해 가스전 예산 98% 삭감
체코 원전 수출로 '회복' 기대했던 원전업계
"비상 계엄이 도리어 발목“
주요 국책사업 추진 동력 상실 우려


3일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로 사실상 국정 운영이 마비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던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체코 원전 수출 등 주요 국책 사업들의 동력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탄핵 정국 등으로 삭감 예산안을 다시 논의할 기회조차 사라지면서 내년도 사업 계획을 어쩔 수 없이 고쳐야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위한 '유전개발사업 출자' 예산이 정부안보다 98% 삭감된 채 통과된 이후 삭감 예산안에 대한 논의는 잠정 중단됐다. 윤 대통령이 3일 계엄령 선포 대국민 담화에서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1,000억 원을 삭감했다"며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국회 논의의 무게 중심이 탄핵 정국으로 넘어가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열어뒀던 예산안을 재협상할 여지가 당분간 사라진 셈이다.


계엄 사태가 불러온 대내외 불확실성


문제는 삭감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이달 중으로 예정된 1차 시추 사업을 예정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산업부는 올해 예산 120억 원으로 1차 시추에 필요한 착수비 말고도 내년도 정부 예산 505억5,700만 원과 한국석유공사 자체 예산 약 500억 원 등 총 994억4,000만 원을 들여 1차 시추에 나서려고 했지만 예결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예산안(8억3,700만 원)에서 대부분 깎이고 남은 것은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석유공사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있어 자체 예산만으로 시추 사업을 진행하기도 쉽지 않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1차공 시추를 당장 투자자를 유치해서 하긴 어렵고 석유공사가 자체 조달 방안을 마련하면서 여러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채 발행도 대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관가와 국회에서는 대통령이 오히려 정부에서 추진하던 국책 사업의 동력을 떨어뜨린 모양새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회 관계자는 "현재의 (계엄령 후폭풍) 국면이 일단락돼야 내년도 예산안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도 예산안이 어떻게든 통과되겠지만 계엄령 선포로 사실상 지금의 예산안 그대로 갈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삭감된 동해 가스전 사업 예산안을 원 상태로 돌려놓기는 어려워진 분위기"라며 "여야 간 원포인트 협상으로 논의를 다시 하더라도 다른 주요 안건들 중 (동해 가스전 사업 예산 복원이) 우선이 될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2025년 3월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 체코 원전 수주 사업 역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계약 이전에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분쟁, 미국 에너지부의 원전 수출 통제 절차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그동안 민관 협력으로 미국 측 설득에 공을 들여왔으나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 및 해제로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지면서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렸다. 미국 백악관 또한 한국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현지시간)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계엄령에 대해 한국 정부와 사전에) 상의를 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우리의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아직 미국 측과의 분쟁 절차 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내년 본계약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