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도권 일대 오피스텔 수십 채를 사들여 보증금과 대출금 등 90억여 원을 가로챈 60대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주택임대사업자 신모(61)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이 계획적,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며 "피해자 수가 매우 많고 가로챈 금액도 거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씨가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점, 일부 대출금이 상환된 것 외에는 피해 회복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이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경우 '누범'에 해당해 형량이 최대 2배까지 가중될 수 있다.
신씨는 2018년 7월부터 작년 2월까지 무자본 갭투자로 취득한 서울과 경기 지역 오피스텔 27채를 이용해 보증금 34억 원, 주택담보대출금 36억 원, 주택 전세자금 20억 원 등 총 9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무자본 갭투자는 매물로 나온 빌라를 물색한 뒤 임차인으로부터 매매대금과 같거나 오히려 더 많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자기 돈은 전혀 들이지 않고 매매 대금을 지급하는 수법이다.
신씨와 함께 기소된 모집책 가운데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1명은 징역 1년 6개월과 사회봉사 120시간, 나머지 모집책 3명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이 선고됐다. 또 신씨에게 명의를 제공한 허위 임차인 6명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가장한 조직적인 전세사기로 100억 원대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의 주범 최모씨가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0일에는 부산 지역에서 180억 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50대 임대인 최모씨에게 사기 범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두 사람 모두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범행에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80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최씨 사건의 1심을 맡았던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부장판사(현 부산지법 동부지원장)는 당시 판결문에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향해 '당신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 피해자들의 탄원서를 10쪽 가까이 인용하며 "(피해자들은) 희망찬 인생의 출발선에서 뛰쳐나가 보지도 못했다.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여러분이 결코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달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