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 ‘모아나2’가 2일까지 관객 143만 명을 모았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지 6일 만이다. 올해 11월 첫선을 보인 영화로는 최고 흥행 성적이다. 지금 흥행 추세라면 관객 500만 명 이상 동원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아나2’의 흥행 몰이는 애니메이션 강세라는 올해 극장가 경향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신작인 ‘모아나2’는 태평양 작은 섬 모투누이 족장의 딸 모아나(목소리 연기 아우이 크라발호)의 모험을 그린다. 1편 ‘모아나’(2016)에 이어 모아나가 반인반신 마우이(드웨인 존슨)와 함께 고대 섬들의 저주를 풀어가는 과정이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펼쳐진다. ‘모아나2’는 전편 흥행 성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모아나’의 국내 관객 수는 231만 명이다.
‘모아나2’는 북미 시장에서도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모아나2’는 상영 첫 5일 기준 역대 최대인 2억2,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모아나2’의 흥행은 올해 국내 극장가를 호령한 애니메이션의 기세를 드러내기도 한다. 올해 애니메이션은 1,000만 관객에 도달한 사례는 없으나 쏠쏠한 흥행 재미를 본 작품들이 적지 않다. 6월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는 ‘인사이드 아웃’(2015·497만 명)의 두 배 가까이 많은 관객(879만 명)을 모으며 외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쿵푸팬더4’는 177만 명으로 6위, ‘슈퍼배드4’는 156만 명으로 9위를 각각 차지했다. ‘모아나2’의 관객 수는 10위에 해당한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 담당은 “골든에그(CGV운영 관객 평가) 지수가 점점 높아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뒷심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뿐 아니다. 일본과 국내 애니메이션도 강세를 보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75만 명)과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74만 명), ‘귀멸의 칼날: 인연의 기적, 그리고 합동 강화 훈련으로’(49만 명),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날아라 수제김밥~’(37만 명), ‘룩백’(30만 명) 등이 극장가 불황 속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봤다. 국내 애니메이션으로는 ‘사랑의 하츄핑’(123만 명)과 ‘브레드 이발소: 빵스타의 탄생’(26만 명), ‘브레드 이발소: 셀럽 인 베이커리타운’(20만 명)이 기대 밖 흥행 성적을 남겼다.
올해 북미 시장 흥행 상위 10위 안에도 애니메이션이 4편이 포함돼 있다. 3일 흥행집계사이트 더 넘버스에 따르면 올해 북미 흥행 1위는 ‘인사이드 아웃2’(6억5,298만 달러)다. ‘슈퍼배드4’(3억6,100만 달러)가 3위, ‘모아나2’(2억2,100만 달러)가 8위, ‘쿵푸팬더4’(1억9,359만 달러)가 10위를 각각 차지했다.
애니메이션은 오래전부터 극장가 흥행 강자였다. 가족 단위 관람이 많아 관객 동원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부모들이 내용 불문하고 주말에 아이들을 위해 관람권을 구매한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애니메이션 관람 습성은 불황기에 더 힘을 발휘하고 있다. 황재현 담당은 “관객이 줄어들고 영화 선택이 더 신중해진 요즘 가족 단위로 즐기는 애니메이션이 흥행 강세를 보이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마니아 성향이 짙은 관객의 증가가 애니메이션의 득세에 힘을 보태고 있기도 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3·488만 명)는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 팬들의 성원에 힘입은 바 크고, ‘스즈메의 문단속’(2023·557만 명)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열성 팬들이 흥행 열기를 지폈다. 영화홍보마케팅회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전체관람가라 흥행 몰이하기 좋다”며 “최근에는 마니아들이 늘어 애니메이션 강세를 더 부추기고 있다”고 봤다.